계절단상(季節斷想)
계절단상(季節斷想)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1.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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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석/전 배영초등학교장

엊그제가 입춘이라 꽃피고 새 울더니 금세 여름이 뜨겁게 솟아오르고 가을은 만산홍엽으로 불타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찬바람을 불러 모으고 눈발을 날리니 벌써 입동 지난지도 한참이란다.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을 새삼 떠올리기는 탐탁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흐르는 것인지 오는 것인지 가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으면 어느 사이에 푸르던 나 자신도 저 은행잎마냥 노랗게 물들어버린다. 세상은 어제와 다를 바 없이 돌고 도는데 사람들은 분주하게 오가며 시끌벅적 요란스럽다. 저마다 국민을 위한답시고 온갖 선거공약을 쏟아놓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 ‘너 없어도 잘 된다’는 식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진정으로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그러한 정치지도자의 탄생을 온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배곯아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을 사랑의 손길로 보듬을 수 있고 자살왕국과 교통대란 성폭력의 불명예를 안고 사는 우리 사회를 쾌적한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존경스런 대통령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이 또한 바람처럼 우리 곁을 지나가리라. 봄날에 나지막한 산을 오르며 불러보았던 옛 노래 ‘봄날은 간다. 노래 가사가 참으로 아름답고 흉내 내어 부르기도 비교적 용이하여 이따금씩 따라 부르는 편이다. 그러다가 문득 왜 하필이면 4계절에 봄날만 가느냐 싶어 다른 계절의 노랫말도 만들어 보았다. 녹음기를 틀어놓고 어설프게 따라 부르다 보면 웃음도 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일천한 정치 이야기 하다가 친구와 다툼이라도 벌이는 날 괜히 술 마신 사람처럼 얼굴 벌개져서 가족들에게 짜증부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싶다. 제비 보기 어렵고 역마차 길은 고속도로 된지 이미 오래인데 노래 들으며 기분이라도 내어보자.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자락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청춘은 여름이다. 성년부중래(盛年不重來) 일일난재신(一日難再晨)이라 하였으니 힘 있을 때 열심히 애쓸 일이다. 매사에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고 후회는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 밥 먹듯이 자주 후회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바보들이나 하는 소용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여름은 간다. /드넓은 백사장 푸른 바람 불어오더라. 오늘도 손잡고 거닐면서 갈매기 날아드는 저 등대 길에 파도치면 같이 웃고 파도 자면 같이 울던 정다운 속삭임에 여름은 간다, /드높은 봉우리 구름 향해 손짓하더라. 오늘도 스치는 꽃향기에 사슴은 임을 찾아 산골짝 길에 산새 날면 서로 웃고 산새 가면 서로 울던 꿈같은 청춘이여 여름은 간다,/
그렇게 오르내리며 복작거리던 만산추화의 가을 가고 엄동설한의 차가운 겨울이 코앞이다.
-가을은 간다. /오색의 단풍잎 갈바람에 떨어지더라. 오늘도 눈물을 글썽이며 다람쥐 까불대는 산언덕 길에 억새 피면 같이 웃고 억새 지면 같이 울던 못 잊을 그 추억에 가을은 간다, /외로운 돛단배 물결 따라 흔들리더라. 오늘도 옛사람 기다리며 산그늘 어두워진 나루터 길에 물새 날면 서로 웃고 물새 가면 서로 울던 허무한 그 사랑에 가을은 간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이지만 우리의 겨울은 유난히 기다려지고 신나는 계절이다. 설산을 오르고 빙판을 구르고 얼마나 유쾌한 낭만이 가득한 우리의 산하인가.
-겨울은 간다. /새하얀 눈보라 하늘 가득 춤을 추더라. 오늘도 허공을 바라보며 기러기 날아가는 은하수 길에 연 날리며 같이 웃고 연 보내며 같이 울던 빛나는 그 눈동자 겨울은 간다, /헐벗은 나무들 밤새 떨며 울어대더라. 오늘도 빈 가지 흔들리며 까마귀 울어대는 저 오솔길에 달 오르면 서로 웃고 달 기울면 서로 울던 말없는 그 세월에 겨울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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