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나만 영리하고 똑똑한 것 아니다
칼럼-나만 영리하고 똑똑한 것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07 17:2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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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나만 영리하고 똑똑한 것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대인관계가 불편한 것은 나의 자로 상대를 재고, 나의 저울로 상대를 달기 때문이다. 필자는 밝은 대낮에 이 글을 쓰지만 독자는 비오는 날 밤에 읽을 수 있고, 기쁜 소식을 듣고 좋은 기분에서 읽을 수도 있고, 비바람 부는 밤에 해고통보나, 불합격이란 절망과 괴로움 속에 읽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의 감정으로 읽어주길 바라지 않는다.

중생과 수행자의 차이는 중생은 형편 따라 마음이 바뀌지만, 수행자는 마음 따라 형편이 바뀐다는 점이 있다. 자비심이 깊어지면 지혜는 넓어지고, 고난은 줄어들게 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거나 찬스를 이용, 벼락감투를 쓴 자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비겁한 방법으로 쟁취한 권세나 재산은 일몰 같아서, 끝까지 지키기 어려워, 한 순간에 날아가게 된다. 중생들은 자신의 행위가 부정과 불의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행한다. 함께 판 우물물을 나 혼자 먹겠다면 양심과 양식(良識)이 마비된 것이다. 모든 행위의 결과는 정확하게 되돌아온다. 낡은 수레처럼 삐걱대며 팍팍하게 돌아가는 삶의 수레바퀴에, 웃음이라는 부드럽고 순한 윤활유를 자주 쳐주며 살아가자.

맹인은 한 지팡이에 의지하여 길을 걷지만 한 발 한 발 정신을 집중하며 걷기에 넘어지지 않는다. 두 눈이 밝은 사람은 잘 보인 눈을 믿고 조심하지 않아서 오히려 실수하기 쉽다.

오늘의 삶이 어려운 것은 과거에 내가 뿌린 씨앗의 결과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상처받았던 경험 덕으로 이만큼 성숙한 것이다. 지난날의 경험들을 조용한 반성 속에 갈고 닦아 빛나는 보석으로 다듬어서, 이제는 새롭게 출발하도록 하자. 자격증 많이 가진 사람이 장기근속 어렵고, 고속 승진한 자가 하루 아침에 낭떠러지로 추락한 것은 똑똑한 자신을 믿고 매사에 신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겸손하다하여 나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다 내려놓고 살아보자. 욕심을 버린 그자리가 행복의 자리다. 스님들은 법복이 낡으면 누더기를 만들고, 누더기가 낡으면 기워서 속옷을 만들고, 그것이 낡으면 기워서 요를 만들고, 요가 낡으면 깔개를 만들고, 그것이 낡으면 끊어서 걸레를 만들고, 걸레가 낡으면 썰어서 흙에 섞어 벽을 바른다. 요즘은 흙벽이 없어져 걸레까지만 만든다. 그리고 세수한 물로 발을 씻고 그 물에다 걸레를 빨고 그 물을 초목에 준다. ‘물 한 방울도 조상님께 물려받은 것이며, 후손들이 쓸 것을 빌려서 쓴 것이다’ 그래서 물 한 방울도 아껴서 써야한다.

스님들은 흘러가는 냇물도 아껴 쓰라고 교육받는다. 마음을 비우면 사물을 바르게 볼 수 있고, 크게 보는 지혜가 솟는다. 나만 영리하고 똑똑한 것 아니다. 너구리처럼 죽은 척,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 마음으로, 맹인 길 걷듯 조심하며 상대의 마음도 살펴보며 살아가자.

진리의 길이나 박애의 길은 좁고 길다. 그 길을 걷는 데는 빙판길 걷듯, 정신을 집중해 균형을 잘 잡아야한다. 그래서 진실하게 사는 진리만 터득하면 성자(聖者)가된다.

자신에게 유불리만 따지기 전에 이일이 바른 일인가, 그른 일인가부터 따져보자. 바른 일이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묵묵히 해내는 근성을 키워나가자. 수행자는 먹고, 입고, 잠자리걱정 않는 것을 큰 복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복은 없다.

그래서 항상 행복하다. 자제력을 갖추자. 일단 정지를 무시말자. 더 큰 행복과 자유를 갖기 위해 사소한 자유를 포기하자. 운전을 할 때도 빨간 신호에 멈추고 양보해야, 더 큰 자유를 얻는다. 자신의 분수에 맞게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아는 천진한 바보로 살아가자.

지금 가진 것에 최대의 가치를 부여하고, 만족해하며, 착하게 살면 언제나 당당할 수 있다.

 

 

 

 

 

 

범산스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JS92uFeSxvDzKJMRUi2L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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