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시간은 흐르고 달리고 날아간다
현장칼럼-시간은 흐르고 달리고 날아간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09 17:3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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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본부 취재본부장
최원태/창원본부 취재본부장-시간은 흐르고 달리고 날아간다

시간은 흐르고 달리고 날아간다. 어떤 존재도 시간의 영향을 견디지 못한다. 세월에 녹아나지 않는 장사는 없다. 시간을 거스리거나 막을 영웅호걸도 없다.

시간은 위대한 힘이다. 인간의 시간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중앙아시아 지역의 원시 부족 중에는 자신의 나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젠가?

그런데 우린 나날이 늙어간다고 조바심하고 한 해 한 해 나이 먹는다고 아쉬워하고 힘없고 병 들었다고 애통해하고 산다. 시간 속에 시간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은 시간에 매어 살게 되고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장하고 병들고 늙고 드디어 죽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후회하는 시인의 시가 있다.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라는 시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 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 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걸...//(중략) 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것을.../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더 열심히 따라 피어 날/꽃봉오리인 것을!’

순간의 소중함을 노래한 시다. 시간은 열심히 살고 일할 순간들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순간을 맞게 된다. 또 같은 의미의 그의 이런 시도 있다.

‘아이였을 때 나는 웃고 울었고/시간은 기어갔네/소년이었을 때 나는 더욱 대범하게 왁스를 발랐고/시간은 더디갔다/어른이 되었을 때/시간은 달렸고/여전히 매일 늙어가고 있을 때/시간은 날아 갔네/죽어가면서 곧 알게 되겠지/시간은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시간은 기어가고 다음엔 천천히 걸어간다. 시간은 달리다가 곧 날아간다. 그런 다음 시간은 사라져버린다.

‘죄와 벌’, ‘까마르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대작을 남긴 러시아 문호 도스토에프스키가 28세의 젊은 날에 정치적 이유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 받는다. 사형이 집행되던 날 그에게 마지막 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는 자신의 친지와 지인들에게 작별 인사와 기도를 하는데 2분, 다른 사형수와 인사를 나누는데 2분, 그리고 자신의 눈이 닿는 곳에 있는 자연의 모습을 감상하는데 마지막 1분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5분 동안 자신에게 주어졌던 지난 시간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천만 다행으로 사형 집행되기 직전에 극적으로 사면을 받게 되었다.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그는 분초의 시간을 아끼면서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시작과 끝이 있는 일생에서 시간과 순간을 아껴야 할 이유가 된다. 무궁한 인생이 아니잖는가?

이 해도 저물어 간다. 주어진 한 해의 삶과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 왔는가? 시간들을 어떻게 선용했는가? 한 해의 결산은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허송세월 무위도식의 세월들이 아니었는가? 무한정으로 그냥 주어진 시간이 아니었기에 시간은 보화요 선물이요 시험이다.

리하르트 데멜의 시다. ‘우리는 잠잘 곳이 있네, 아이도 하나 있네/내 아내!/우리는 일도 있네, 심지어 둘이서/또 햇빛도 비도 바람도 있네/다만 사소한 게 하나 없으니/새들처럼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 없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드디어 없어지기에 오늘부터 나의 나이를 다시 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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