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하늘이 굽어보고 있다
장영주 칼럼-하늘이 굽어보고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13 17:42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하늘이 굽어보고 있다

어김없이 겨울은 오고 매서운 한파가 시작되고 있다. 서기 1636년 12월은 한반도의 역사상 가장 추웠던 겨울로 기록 된다. 국경의 강이 얼자마자 청나라가 침입하여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좁디좁은 남한산성에 갇혀 저항하던 조선의 왕과 신하들은 송파의 삼전도에 나와 끓어 앉아 항복을 하였다. 근세조선의 518년 역사상 초유의 참극이다.

유난히 추웠던 병자년 겨울,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은 척화파와 주화파의 목숨을 건 갈등이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결국 항복문서가 오가게 되었다. 문서가 몇 번씩이고 오가며 다듬어지는 사이에도 성 안의 군사와 백성들은 얼어 죽고 굶어 죽어 무수히 시구문으로 버려진다. 성 밖의 백성들은 청군의 사냥감이 되어가고 있었다. 성벽을 깨부수는 홍의포처럼 강력하게 몰아치는 청 태종의 항복협박에 대한 인조의 낮은 대답 또한 오고간다. “명나라는 우리와는 아버지와 아들의 나라입니다.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항복하면 정말 살려주시는 겁니까? (청나라)황제 폐하가 용서하셔도 조선 백성이 저를 용서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엎드려 비 오니 저의 피맺힌 정성을 보아서라도 살려 주십시오” 한 나라의 왕으로써 애달프고 구차하고도 비천하다.

다음해 1월 30일, 조선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 청군은 급히 회군하니 병자호란은 전광석화 같이 끝을 맺는다. 그러나 ‘60만 명’의 조선백성은 포로가 되어 몽골과 청나라로 끌려간다. 단 한 사람도 우리의 조상이 아닌 분이 없다. 개국초기의 조선은 여진족을 ‘아들’에서 ‘신하’로 하대하다가 정묘 년엔 ‘형님’으로 모시고 병자년엔 돌연 ‘신하’가 되어 생사여탈권을 빼앗겨 버렸다. 불과 214년 만의 일이다. 개국 초의 엄청난 국력과 국토의 ‘청’도 부패와 무능이 겹쳐 서구열강에 뜯기다가 1910년에 멸망한다. 조선은 압박에 신음하다가 한일합방에 이르니 같은 해에 주인이 청에서 일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또 다시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나라 밖 국제정세는 칼날위의 춤판처럼 위태위태한데 나라 안은 온통 대선 판에 빠져들고 있다. 대선 판이 비정한 것은 그러려니 하거니와 어쩐 일인지 날이 갈수록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 국민들은 마피아 폭력영화를 보다가 어느새 그 영화에 갇혀버렸다. 소시오 패스, 심신미약, 간통, 사생아, 독직, 배임, 스토킹, 데이트 폭력, 조폭, 무슨 게이트, 계획살인 등 일상이 범죄언어의 범벅이 되고 살기가 치솟는다. 정치권과 언론은 뒷생각 없이 분열을 부축이고 가볍던, 무겁던, 사실이던, 아니던 악행과 검증의 칼춤과 난무한다.

악은 아무리 시침 떼고 숨겨도 결국 들통 나고 패가망신하는 화를 자초하게 된다. 모두가 내 앞에 놓인 것은 먼저 삼키고 보자는 욕심에 걸려 몸도 마음도 최후를 맞이한다. 겨레의 지혜보고인 ‘참전계경’은 제176사 ‘정식(精食)’편에서 다음처럼 경계한다. “정선된 음식이란 좋은 음식만을 구하고 찾지 않음이니, 호랑이가 고기를 먹으려다가 함정에 빠지고, 물고기가 미끼를 먹으려다가 낚시에 걸리는 것은, 좋은 음식을 탐하는 입 때문이 아닐 수 없다. 음식을 탐하는 입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면, 영혼이 의지할 바 없게 될 뿐이니 이를 미리 구제하는 것은 정식이다”

호랑이는 고기에, 물고기는 미끼에, 인간은 제 꾀에 걸려든다. 재주에 스스로 마음 뺏겨 하늘이 굽어보고 계심을 모른다. 참전계경 제186사 ‘만천(慢天)‘은 ‘하늘을 업신여김’에 대해 다시 엄중히 경고한다. “만천이란 하늘이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빠짐없이 비추어 보고 있음을 미처 모르는 것이다. 착함을 행하여 이루는 것도 역시 하늘의 힘이며, 악함을 행하여 이루지 못하는 것도 역시 하늘의 힘이며, 위태로운 일을 감행하여 요행히 들어맞는 것도 역시 하늘의 힘이다. 어리석은 사람도 착함을 행하면 하늘의 힘으로 성취하며, 지혜로운 사람도 악함을 행하면 하늘이 이를 못하게 하며, 교묘한 꾀를 지닌 자가 위태로운 일을 감행한다면 하늘이 어지럽게 시험을 하여 그 교묘한 꾀를 거두어 버리고 만다” (慢天者 不知有天之鑑也 行善而成 亦天力也 行惡而敗 亦天力也 行險而中 亦天力也 濛者行善 天力成之 智者行惡 天力敗之 巧者行險 天縱試而力收之)

대선이 다가올수록 양진영의 관련자들의 사생활은 다 까발려져 옛 언행도 문제가 되거니와 없는 일도 지어낸다. 급기야는 스스로 귀한 목숨을 끊는 자도 나오니 얼마나 더 죽어 나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대놓고 뻔뻔한 아수라 복마전 대선은 처음이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나고 악행은 마땅한 댓 가를 치르고 말 것이다.

눈 없고 귀 없다고 하늘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면 바라는 바를 티끌만큼도 이룰 수 없다. 내안에 환하고 영원한 하늘이 있음에 어찌 나에게서 빠져 나갈 수 있겠는가? 네 편 내 편 없이 오직 나라가 있을 뿐이다. 2022 임인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어둠속에서도 굽어보고 계신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