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똑똑한 바보가 중생이다
칼럼-똑똑한 바보가 중생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14 17:3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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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똑똑한 바보가 중생이다


죽음을 두려워 않고, 언제든지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참된 자유인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진리를 탐구한 소크라테스처럼 살아보자. 소크라테스가 죽어가고 있었다. 제자들이 울부짖자, 소크라테스는 “이제 그만 울음을 그쳐라. 나를 방해하지 말아다오. 나는 곧 죽는다. 죽음이 무엇인지 관찰할 수 있도록 나를 방해하지 말아다오! 나는 이 순간을 일생동안 기다려왔다” 독약을 마셨다.

침대에 누워 죽음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발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그대로다. 무엇 하나 없어진 것이 없다. 나의 존재에 대한 감각도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내 다리가 죽었다. 그러나 나는 그대로다. 나 자신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모두다 그대로다. 나의 위장이 마비되었다. 그리고 손에 감각이 없다” 그러면서도 그는 매우 흥분해있었고, 황홀해 보였다. 그는 또 말하였다.

“나는 그대로다. 무엇 하나 없어진 것이 없다. 잠시 후에는 나의 심장도 멈출 것이다. 그래도 나를 빼앗아갈 수는 없다. 내 손이 갔다. 지금 심장이 약해지고 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혀가 마비되고 있다. 기억하라, 나는 아직도 모두 그대로다” 죽는 순간까지도 불퇴전의 진리탐구에 몰두한 소크라테스의 강인한 정신력이면 못해낼 일이 없을 것이다. 매순간을 성실하게 정직하고 참되게 살아가자. 욕심 속에 살면 항상 불행하다.

등용문(登龍門)이란 말이 있다. 황하 상류의 급류의 협곡을 타고 오른 잉어가, 용으로 화하여 용문에 오른다는 전설에서 생겨난 말이다. 즉, 난관을 정면 돌파, 약진의 기회를 붙잡는다는 뜻이다. 항상 유불리만 저울질하는 똑똑한 바보가 중생이다. 중생은 눈앞의 바른길을 놔놓고, 허겁지겁 빠른 길만 찾는다. 바른길만 가면 고랑이 이랑 되고, 쥐구멍에도 해 뜰 날 온다. 우리가 본래는 부처인데, 욕심과 번뇌 망상에 휘둘리고 물질에 집착하여, 범부중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한 오늘, 그 자체로서 온전하다는 마음을 갖자.

내가 나를 먼저 아끼고 사랑하여 온전한 내가 되어야만 남들이 온전해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가 먼저 온전할 때 상대방에게 그 온전함이 전해진 것이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면, 상대방이 귀한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어제의 갑돌이가 오늘도 어제의 갑돌이는 아니다. 그는 달라져 있고, 발전해 있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미천해 보인 사람이 한말이라도 무시하지 말자. 상대를 존중해줄 줄 아는 사람이 인격자다. 좋은 마음을 가지면 육신도 가벼워지고, 고통과 분노, 병마까지도 사라진다.

남을 무시하는 마음과 허세를 버리고, 남이 버린 것도 기쁘게 활용하며 하찮은 이쑤시개, 종이컵 하나에도 감사하고, 감동하며, 현재에 만족하자. 공연히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것이 불행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불평하는 사람은 항상 불행하다.

욕심이 많으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도 잡게 된다. 그저 내가 누워 잘 곳은 방 한 칸이면 충분하다. 욕심은 만족을 모르는 불가사리이다. 욕심이 많으면 호랑이 입에든 날고기를 꺼내먹으려다 물려죽고 만다. 중생들은 극심한 경쟁과 탐욕으로 고통의 바다를 헤매고 있다.

오늘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 해도 만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욕심이 도둑이요, 불행의 씨앗이다. 욕심을 버리자. 무거운 짐을 가득 싣고, 물 한 모금, 풀 한포기 없는 사막을, 묵묵히 걸어가는 낙타처럼 살아가자. 운명을 개선하려면 먼저 지혜를 키우고, 자비를 실천해가면서, 좋은 인연을 맺어나가면 누구나 곧 당당한 부처가 된다. 외부에서 뭔가를 구하고자 발버둥치지 말고, 자기 내부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훨씬 값진 보물인 것이다.

 

 

 

 

 


범산스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JS92uFeSxvDzKJMRUi2L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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