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중도적 삶이 최상최대의 삶이다
칼럼-중도적 삶이 최상최대의 삶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21 17:2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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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중도적 삶이 최상최대의 삶이다


인간의 수명이 다하면 물질계를 떠나 비 물질계로 돌아간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과 찬란한 영광을 끝까지 누릴 수는 없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운은 에너지가 되어 영과 혼으로 허공에 흩어져버려서 사후 세계로는 재물, 명예, 권력, 아무것도 가져갈 수가 없다.

지금 가진 것을 자랑 말고 남을 배려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우리가 서로 현생에서 만난 이상 상대의 장점을 찾고, 상대의 약점에서 나의 약점을 보면서 상대의 상처에서 닮은꼴을 찾아보고, 상대의 성과를 기뻐하고, 상대를 거울삼고, 반면교사 삼으며 살아가자.

부처님 가르침은 하나이기에 일승교(一乘敎)라 한다. 우리는 부처님과 똑같은 사람이다.

부처님이라 하여 특별히 초월적이거나 신비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도 부처님과 똑같은 능력과 공덕을 갖춘 무한한 존재이다. 우리가 성철스님과 똑같은 기간, 똑같은 방식의 수행을 하면 성철스님과 똑같은 수행자가 되며 부처님과 똑같이 수행하면 부처님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 생각의 폭을 크게 넓혀보자.

무학(無學)이란 말의 뜻을 세속에서는 배운 것이 없는 무식(無識)한 의미로 쓰이겠지만, 불가에서의 ‘무학(無學)’이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피곤하면 쉬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라”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오늘의 무사함에 감사하고, 내일의 무탈함을 기도하자. 미얀마에서는 스님들은 오후 불식이라서 낮 열두시가 넘으면 음식점에서도, 스님들께는 음식을 팔지 않는다. 스님들이 입은 가사가 이렇게 무겁고, 무섭기에 수행의 꽃을 피우고자 밤낮 노력을 한다. 꽃이 활짝 피어 있으면 꽃은 말도 없고 손짓도 안하지만 사람들은 저절로 꽃 앞으로 모여들게 된다.

수행을 하면 착함에서 즐거움으로 들어가고,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악함을 행하면 괴로움과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순간 선행의 꽃을 활짝 피워보자.

세상의 온갖 모순과 고통의 원인은 무지와 탐욕에서 일어난다. 자신을 망각하고 밖에서 행복을 구하려 발버둥 치지말자. 과대망상으로 자기를 너무 높이며 교만해져도 안 되겠지만 자신을 너무 낮추어, 값싸게 굴어서도 안 된다. 중도적 삶이 최상최대의 삶이다.

자신의 가치를 헐값으로 덤핑하지 말고, 끝까지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가자.

‘나 자신보다 더 사랑스럽고 더 귀한존재가 없다’ 나 자신이 없으면 이 세상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날마다 남의 시선만 의식하며, 남들 흉내만 내고 살지 말자. ‘너’는 ‘너’ ‘나’는 ‘나’다. ‘서시빈목(西施嚬目)’이라는 장자(莊子)의 천운(天運)편에 나온 이야기가 있다.

춘추시대 월나라에 ‘서시’라는 절세미인이 있었다. ‘서시’는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한, 월의 왕, 구천이, 오나라 왕 부차에게 화해를 위해 바친 여인이었다. 그 후 오나라가 멸망하자 ‘서시’는 배편으로 오호(五湖)지방으로 돌아갔다. ‘서시’는 가슴앓이 병 때문에 길을 걸을 때 가슴의 통증을 참느라 눈살을 찌푸리고 다녔다. 사람들은 ‘서시’가 워낙 미인이므로 인상을 쓰고 가도 넋을 잃고 바라보며 절세미인이라 감탄하였다. 이것을 본 그 마을 ‘추녀’가 자기도 ‘서시’처럼 눈살을 찌푸리고 다니면 예쁘게 보일 것이라 생각하고 ‘서시’처럼 인상을 쓰고 다녔다. 추녀가 인상까지 쓰고 다니자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질겁을 하며 피해갔다.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다. 상을 떠난 그 자리가 바로 적멸의 자리다.

상을 여인즉 바로 부처의 경지이다. ‘마음이 아름다우면 온 세상이 아름답다’ ‘자신이 머문 자리를 깨끗이 하자’ 남들 흉내만 내고 살면 결국 추녀처럼 사람들의 비웃음거리만 된다.

 

 

 

 

 

 

범산스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JS92uFeSxvDzKJMRUi2L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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