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창원대 교수·인문대 학장·시인
'시간의 비밀'이라는 짤막한 시가 있다. '시간은/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르는/아득한 강물이라 했던가/인생의 쪽배를 타고 그 강물 따라갔더니/웬걸,/미래의 끝에는 뜻밖에/과거밖에 없었다//넌/어떻게 살아왔니?' 간단한 말들이지만, 이 시는 삶의 깊은 진실을 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는 과거-현재-미래라고 하는 세 가지의 시간들이 있다. 과거란 이미 살았던 시간이고 현재란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이고 미래란 앞으로 살게 될 시간이다. 보통은 이 셋 중 현재라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되곤 한다. 가끔씩은 미래가 강조되기도 한다. 거기에 비해 과거가 특별히 강조되는 경우는 (역사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과거, 그 일생의 내용이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대로 만들어진다. 빨간 오늘을 산다면 빨간 인생이 되고 파란 오늘을 산다면 파란 일생이 된다. 바로 그래서 위의 시는 ‘어떻게 살아왔니’를 묻는 것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그 과거들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많으며 또한 각양각색이다. 삶의 결과로서의 일생은 마치 작품과 같다. 어떤 작품은 걸작이 되고 어떤 작품을 졸작이 된다. 그 차이는 너무도 크다. 그러니 최소한 그것이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애써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른바 위인들, 예컨대 소크라테스, 예수, 석가, 공자 같은 분들의 삶은 그런 점에서 하나의 걸작으로 역사 속에 남아 있다. 그 흔적, 그 결과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남아 이 존재의 세계를 아름답게 한다.
우리도 우리 자신들에게 끊임없이 반문해보아야 한다. 나의 삶은 과연 어떤 과거로 남게 될 것인가. 그것은 결국 오늘-지금-이 순간의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결정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오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아까운 삶의 시간을 그저 그냥 그렇게 별것도 아닌 것으로 채워나가고, 더러는 이 시간을 시커먼 악의 빛깔로 물들이고 있다. 그런 사례들이 신문과 티비의 뉴스 속에 가득가득 넘쳐나고 있다. 살인, 강도, 강간, 폭행, 사기, 배임, 횡령, 탈세, 비방, 모욕 등등… 참으로 한도 끝도 없다. 정말 왜들 그러는지….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라지만 한번쯤은 발걸음을 멈추고 나의 삶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나는 지금 도대체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과거들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적어도 하나쯤은 선행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지, 혹시 악의 주인공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기에는 지금, 딱 좋은 계절이 흐르고 있다.
이수정(창원대 인문대 학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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