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생길 가는 것이
기고-인생길 가는 것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1.03 17: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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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영/창원의창구 동읍 세븐일레븐 점주
안혜영/창원의창구 동읍 세븐일레븐 점주-인생길 가는 것이

사람은 외롭다. 아무리 군중 속에, 대가족과 더불어 살아도 단독자로서의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다. 산다는 것 자체가 외로움이기 때문이다. 신경림 시인의 싯귀가 있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다. 외로워 조용히 울고 있는 존재인 것을.

헨리 나우웬의 <새벽의 영성>에 실린 글이다. 프랑스의 한 긴급구호단체가 발행하는 어느 달의 월간지에 인간의 외로움에 관한 글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외로움이 가난한 이들이나, 수감된 이들이나, 노인들만이 아니라 유족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호소이기도 하다. 그 잡지사에 날아드는 수많은 편지는 비단 식량이나 거처, 돈이나 일거리만 부탁하는 게 아니라 더 긴급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것이다. 그 편지들은 이런 내용들이다. ‘저에게는 사랑이, 돌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삭막한 세상 그 어 디서 그걸 찾는단 말입니까?’ ‘저에게는 더 이상 친구가 없습니다.... 마약이나 알코올이 필요없는 정상적인 사람들과 다시 한 번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를 유심히 바라보거나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나는 전혀 쓸모가 없어요.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우리 시대의 많은 고통은 프랑스 사람뿐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사랑에 굶주려 외롭고 힘들다. 홀로된 노인, 고아, 장애인, 이혼한 자,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 한결 같이 다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 이렇게 말들을 한다. “반갑게 맞아 줄 사람이 없다” “입 맞춰 줄 사람도 없다” “껴안아 줄 사람도 없다” “오늘은 어땠어요? 물어봐 주는 사람도 없다” “함께 울어 주고 함께 웃어 주고 함께 걸어가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앉아 있어 줄 사람도 없다”

어떤 사람은 얼마나 외로웠던지 자기의 발자국에 주목한다. 파리 지하철 공사에서 공모한 콩쿠르에 8천명의 응모자들 중 일 등으로 뽑힌 시는 이렇다. ‘그 사막에서/그는 너무나 외로워/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얼마나 외로웠으면 자기 발자국에 애착을 가졌을까? 그리고 그 발걸음을 따랐을가?

인생길에 잊혀지고 기억에서 지워지기도 하고 생각에서 잊혀진 이름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는 깊은 외로움도 있고 가슴 저리는 아픔도 있다. 때론 그 처절한 홀로라는 아픔을 가슴앓이처럼 껴안고 산다. 외로움은 현대인의 무서운 질병 가운데 하나지만 우리에겐 놀라운 위로자가 있다.

인생길 가는 것이 혼자라고 생각되지만 가는 길목마다 외로운 나를 주목하시는 분인, 우리의 손을 잡고 가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아는가? 우린 결코 외롭지 않다. 바람에 날리는 꽃들도, 홀로 서 있는 나무들도, 짝을 찾는 새나 짐승들도, 거리를 혼자 걸아 가는 여인네도 다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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