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고(四苦) 팔고(八苦)
칼럼-사고(四苦) 팔고(八苦)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1.03 17: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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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사고(四苦) 팔고(八苦)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괴로움을 불교에서는 사고(四苦), 팔고(八苦)로 분류한다. 먼저 사고(四苦)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괴로움이다.

첫째 생고(生苦), 태어나는 괴로움. 언뜻 생각해 보면 태어나는 것이 어떻게 괴로움일까? 싶지만, 생(生)이야말로 노병사(老病死)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즉, 태어나기 때문에 존재의 모든 괴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태어남 그 자체도 고통임을 경전(經典)에서는 말하고 있다.‘중아함경(中阿含經)’〈분별성제품〉에서는 ‘태어남의 고통이란, 이른바 중생이 태어날 때 온 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받고 두루 느낀다는 것으로, 태어날 때는 몸과 마음이 뜨겁게 번뇌하고 근심하면서 두루 고통을 받고 느낀다. 이것이 태어남의 고통을 말하는 이유이다’라고 설하고 있다. 이처럼 태어나는 순간 몸과 마음은 열과 번뇌와 근심으로 큰 고통을 두루 받고 느낀다.

둘째 노고(老苦), 즉 늙어가는 괴로움이다. 역사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늙지 않으려고 애를 써 왔고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을 꾸어 왔지만, 인류 역사상 단 한 사람도 늙음에서 벗어난 사람은 없다. 누구나 늙을 수밖에 없고, 나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여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그 어떤 사람에게도 젊음은 고정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무아(無我)의 이치이다.

셋째 병고(病苦), 즉 병으로 인한 괴로움이다. ‘중아함경(中阿含經)’〈분별성제품〉에서는 병에 대해 ‘병이란 이른바 두통, 눈·귀·코의 통증, 얼굴의 통증, 입술의 통증, 치통, 혀의 통증, 잇몸의 통증, 목구멍의 통증, 숨찬 병, 기침, 구토, 목 경색, 간질, 종기, 경일, 객혈, 고열, 마르는 병, 치질, 설사 등의 각종 병이 접촉에서 생겨 마음을 떠나지 않고 몸속에 있는 것을 말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서 온갖 병이 ‘접촉(경락촉:更樂觸)’에서 생긴다고 함으로써 우리 몸과 몸의 각종 기관들이 각각 그 기관에 상응하는 대상, 환경과 접촉함으로써 병이 남을 설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환경이 오탁악세(五濁惡世)로 오염되어 있는 세상에서는 오염된 음식물, 오염된 공기, 오염된 자연환경, 오염된 마음 등과 접촉함으로써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더한 병고의 고통을 겪는다.

넷째 사고(死苦), 죽어가는 괴로움이다. 죽는다는 것이야말로 인간 최대의 괴로움이다. 내 몸이 소멸되는 것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만들어 놓은 재산 등의 온갖 소유물이나 사랑하는 사람, 가족 등과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는 죽음을 괴로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내 몸’을 ‘나’라고 여기는 중생들에게 바로 그 몸이 소멸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괴로움이다.

불교경전에서는 앞에서 말한 사고(四苦)에 다시 다음의 네 가지를 더하여 팔고(八苦)를 설한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일 뿐이지만, 중생들은 자기의 분별의식으로 대상을 분별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좋아하면 갈애와 집착으로 이어져 취하고 싶지만 취하지 못할 때 괴로우니 이것이 애별리고(愛別離苦)이다. 싫어하는 대상은 미워하고 거부하면서 버리고 싶은데 자꾸 만나게 될 때 괴로우니 이것이 원증회고(怨憎會苦)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두지 못하고, 의식으로 무언가를 원하고 구할 때 그것을 얻지 못해도 괴로우니 구부득고(求不得苦)다. 앞의 네 가지 생로병사의 괴로움이 몸의 괴로움이라면 애별리고와 원증회고, 구부득고는 마음의 괴로움이다.

마지막으로 ‘괴로울 내가 없어 졌으면’하는 오음성고(五陰盛苦)이다. 경전에서는 인간의 괴로움을 여덟 가지로 나누어 놓고 있으나 생로병사 네 가지와 애별리고·원증회고·구부득고라는 앞의 7가지 괴로움을 요약하여 종합하면 결국 오음성고라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생로병사는 육체적인 괴로움이며, 애별리고·원증회고·구부득고는 정신적인 괴로움인 반면에 오음성고는 육체적·정신적 괴로움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오음(五陰)이란 오온(五蘊)으로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며, 이 세계의 나를 이루는 다섯 가지를 말한다. 즉 모든 괴로움은 결국 ‘나(오온)’라는 집착, 즉 아집(我執)에서 온다는 뜻이다. ‘나’가 있기 때문에 내가 늙는 것이 괴롭고, 내가 병들고 죽어가는 것이 괴로운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무아(無我)라는 진실을 모른 채 ‘나’에 집착하는 삶은 결국 괴로움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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