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아, 1.4 후퇴
아침을 열며-아, 1.4 후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1.04 17: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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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아, 1.4 후퇴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이후 근 넉 달이 지나자 파죽지세로 북진을 하고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던 우리에게는 너무도 뼈아픈 일이 생겼으니 그것이 바로 1.4 후퇴이다. 약 70여 년 전 딱 이맘때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소한 절기 때 준비도 되지 않고 연락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무조건 피난을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온전히 챙기지도 못하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밀리던 북한군이 중공군의 인해전술의 도움을 받아 또 다시 우리 국군이 밀리는 너무도 가슴이 아픈 사건이 바로 1.4 후퇴이다.

1.4 후퇴는 1951년 1월 4일 중국 인민 지원군의 총공세로 유엔군이 대규모로 퇴각하고, 수도를 다시 부산으로 옮긴 사건으로 우리나라 분단의 결정적 동기가 된 사건이다. 때가 되면 우리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손해 본 몫에 대하여 중국에게 상응한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1.4 후퇴는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 되었다. 국제시장에서 막순이를 찾는 데까지 주인공이 겪은 삶의 여정은 참으로 암울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버지를 대신한 덕수의 숭고한 자기희생은 그 당시 맏이들이 감수했던 뜨거운 삶의 혼불을 불사른 그 자체였고 우리는 그러한 기운을 받아 지금 당당히 경제적 호사를 누리고 있고 선진국의 반열에 든 것이다.

정기적으로 나라의 지도자들이 호국영령들에게 참배를 드리러 가는 것을 보면 애썼던 선열들에 대한 보은의 뜻에서 무척 잘하는 일이라 여긴다. 1.4 후퇴 이후 부산에는 본격적으로 피난민이 유입되었다. 피난민의 수가 거의 70만 명에 이르렀다. 오는 과정도 만만찮았으며 오는 길에 이산가족이 된 사람도 많았고 지금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이들도 많다. 산 채로, 눈을 뜬 채로 가족과 생이별을 한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상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는 얼마나 더 힘든 민족적 고통을 겪어야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패악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1000년 이상을 내려오던 우리 민족이 다른 나라에 당한 이후 아녀자뿐만 아니라 기술자, 도공, 학자 등등을 맥없이 내어주고 끌려가고 모진 억압과 종노릇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서 치욕스러운 일이 되풀이된 것은 다름 아닌 역사교육의 부재였기 때문이다. 교육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늬만 보여주는 그런 교육 때문이다. 혼을 전하고 혼불을 태우는 역사교육은 사명감, 국가관, 책임감을 강조하는 산 역사교육이 되어야 할진대 그저 연대 외우고 왕의 이름만 외우는 빈껍데기 역사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역사책보다는 드라마 대조영, 연개소문, 불멸의 이순신, 청산리 봉오동전투 등 실전 드라마나 영화 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런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기에는 손색이 없다. 이 글을 빌려 그런 훌륭한 작품을 제작하는 연출자나 영화감독, 영화사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1.4 후퇴 때 전국의 피난민들이 천신만고 끝에 도달한 안전지대 부산은 터질 듯이 복잡하였다. 지금도 부산은 산 중턱 7부 능선 이상에는 아파트나 가옥들이 들어찬 곳이 많은데 다 그 당시 밀물처럼 밀려든 피난민들에 의해 형성된 가옥들의 터와 그늘들이 지금도 길을 만들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지 싶다. 아무튼, 피난 온 사람들도 객지이고 낯설어 무척 고통스러웠겠지만, 조용히 지내던 부산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통지 없이 들이닥치는 피난민들을 수용하는 그것도 여간한 괴로움이 아니었으리라. 그런데도 한 동포라는 이유로 받아주고 안아 주었던 부산사람들에게 지금이라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하루하루 가족과 단란한 생활을 하며 지내던 우리에게 도발한 북한도 너무도 철없는 짓을 하였고 우리는 세계역사 속에서도 찾기가 힘든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키고 말았다. 1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조선 때만 해도 고구려, 백제·신라라는 이름 없이 그저 대동이족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마한, 진한, 변한으로 행정구역을 나누어 오손도손 잘 지냈건만 고조선이 폐관한 이후로 여기저기서 내가 잘났으니 내가 최고다며 분 거 제족들이 자기 자랑의 오만에 빠져 나라를 세우고 서로 다투기를 거듭하였으니 동족상잔의 비극은 비단 6.25사변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작게 보면 가정폭력도 동족끼리의 아픔이요, 사회적 시위 현상도 동족 간의 괴로움이고 남북 간의 국지전도 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현대적 의미의 동족상잔의 비극은 여러 가지로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고 누군가는 이를 보고 히죽거릴 수가 있다. 그것이 상대이던 이웃 나라이든 간에 우리가 우리끼리 반목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족속들이 우리 사방에는 널려있으니 그들을 경계해서더라도 다시는 가정에서, 국가의 틀 속에서 동족끼리 서로 다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심성이 그 순도가 높아야 하고 양심의 밝기가 태양처럼 밝아야 한다. 홍익의 가치를 실현하는 지도자이어야 한다. 지도자는 우리 시민들의 뇌로 결정하고 손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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