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우리 말 ‘끄트머리’가 있다
현장칼럼-우리 말 ‘끄트머리’가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1.04 17: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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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
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우리 말 ‘끄트머리’가 있다

우리 말 ‘끄트머리’가 있다. 사전에는 ‘맨 끝이 되는 부분’ 혹은 ‘일의 실마리’라고 되어있다. 끝이 되는 부분과 일의 실마리라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우리 옛 조상들은 끝을 단순히 어떤 일의 마무리로만 여기지 않고 새로운 시작의 전환점으로 보았다.

끝은 끝이 아니다. 끝이 오면 곧 다른 시작으로 돌아간다. 끝은 피어리도가 아니다. 계속 이어지는 콤마다. 그래서 다음, 다음으로 보완해 간다. 2021년의 끄트머리에 다다랐을 때 끝인 것 같지만 새로운 시작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끄트머리가 있고 한 해에도 끄트머리가 있고 우리 인생에도 끄트머리가 있다.

끝을 마지막으로 여기지 말자. 새로운 시작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과 잘 결별해야 한다. 지나온 한 해와 그 동안의 삶에서 구태, 구습, 악습, 실수를 잘 떨어내야 할 것이다. 일생을 살다가 하늘의 부름을 받고 떠날 때 준비로 모든 것을 청산한다. 작별인사를 한다. “잘 살아왔다. 잘 살아라”

1911년 동양인으로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의 시인이요 철학자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마지막 이야기가 있다. “이제 헤어진다. 나의 형제들이여, 당신들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떠나간다. 여기에 내 방 열쇠를 반환하고 내 집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 오랫동안 동네 사람으로 같이 지내며 여러분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다. 이제 날이 새고 나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고 있던 등불이 꺼졌다. 부르심이 왔고 나는 떠날 준비가 되었다”

신석정 시인의 시가 있다. ‘초승달 지나가듯이, 물이 흘러 지나가듯이, 봄날 햇빛이 스쳐 지나 가듯이 그렇게 가오리라’ ‘우린 옛것과 잘 결별해야 한다’ 미국 NC 빌리 그래함 센터에 있는 빌리 그래함의 아내 루스 그래함의 비문이다.

끝이 시작이요, 시작에 닿았으니 이젠 새해 2022년의 결심과 다짐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용택 시인의 외침처럼 감격의 새 것을 맞으리라. ‘내 안에 이렇게 눈이 부시게 고운 꽃이 있다는 것을 나도 몰랐다’ 눈이 부시게 빛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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