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강국의 길, 소셜리딩
독서 강국의 길, 소셜리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2.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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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경남대학교 도서관 부관장

올 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2012 독서의 해’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성인의 1인당 평균 독서량은 0.8권이다. 게다가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아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웃 일본의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은 40권이다. 유태인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약 1만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유아들은 취학 전까지 1만시간의 TV를 본다.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책을 안 읽었으면 정부에서 나서서 하루에 20분씩 1년에 12권의 책을 읽자는 ‘2012 운동’을 펼치고 있을까. 아무래도 독서량으로는 일본이나 유태인을 따라잡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최근 각 지역마다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소셜리딩 그룹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밝은 희망을 주고 있다.

소셜리딩은 ‘창조적 책읽기’라고 불리는 데 독서의 양보다는 질, 즉 독서효과에 초점을 둔 독서활동이다. 공자님 말씀 중에 “시 삼백 편을 외웠어도, 그에게 정사를 맡겼을 때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는 알아서 대응하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외웠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많이 읽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속에서 지혜를 배우고 이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교보문고 독서경영연구소의 송영숙 소장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오승주의 ‘소셜리딩의 매직’에 따르면, 소셜리딩이란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방식인데, 단지 책의 요약이 아니라 책에서 핵심을 요약해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과 쉬운 사례를 통해서 공유하는 방식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책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 소셜리딩의 핵심이다. 독서의 권장이 책 읽는 분위기를 일으키는 데 일조는 하겠지만 읽는 그 자체로는 국력이 될 수가 없다. 사회가 양극화되는 것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책의 지혜를 자기만 소유하고 공유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회에서 좋은 말이 확산되면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고, 나쁜 말이 확산되면 나쁜 일이 많이 생긴다. 책을 통해 읽은 지혜를 잘 다듬어서 공유하면 ‘좋은 말’이 된다. 좋은 말이 널리 확산될수록 나쁜 말이 줄어들고 사회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내가 퍼뜨리는 좋은 말을 받는 사람 중에는 선생님도 있고 공무원,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부터 직장인,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인생의 지혜는 어디서든 쓸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좋은 말을 자신의 지혜로 삼으면 사회 전체로 지혜가 확산되고 이것이 국력으로 연결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것을 소셜리딩의 매직이라고 한다. 소셜리딩의 또 하나의 특징은 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전자책을 읽고 블로그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 지식을 나누는 것이다. IT강국인 우리나라는 비록 독서량은 빈약하나 독서의 궁극적 목표인 지식의 공유와 확대재생산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주 우리 도서관에서도 독서의 해를 기념하여 ‘탄생 100주년 백석과 시집-사슴을 만나다’라는 특별기획행사를 가졌다. 지역사회에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고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 이 행사에서는 ‘시 읽는 즐거움’ 특강과 함께 참가자들에게 1936년에 100권이 발간되어 현재 2권만 남아 있는 백석 시집 '사슴'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복각본을 교재 겸 소장용으로 나눠 주기도 했다. 취업서와 실용서만 난무하던 대학 도서관에 모처럼 문학의 향기가 그득했다. 기획단계에서 인원 동원에 대한 실무자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신청자가 몰려 작가아카데미에서 시 창작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뒷줄에 서서 들어야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직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행사였다. 국민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책속의 지혜를 정리해서 서로 나누는 소셜리딩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독서 강국으로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자 창조적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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