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명절은 가족들과 함께 부모 공경의 형태다
현장칼럼-명절은 가족들과 함께 부모 공경의 형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1.26 17: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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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본부 취재본부장
최원태/창원본부 취재본부장-명절은 가족들과 함께 부모 공경의 형태다

애들은 명절을 환호한다. 그러나 “명절이 웬수야”하고 소리 지르는 부류가 있다. 명절에는 가족이 모인다. 가족은 집(家)을 공유하는 무리(族)가 한 집에 살면서 한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삶을 공유하는 식구(食口)라야 진정한 가족이다. 식구는 웬수일 수 없다.

명절이 부부 공동의 즐거운 시간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두 글자로 신학하기>란 책에 나온 이야기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일본 코미디언 출신으로 영화도 여러 편 만든 천재적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식 개봉된 영화가 ‘하나비’(1907)인데 이것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딸을 잃고 아내마저 백혈병에 걸린 어느 형사가 이런저런 삶의 부침에 허덕이다가 마침내 아내와 함께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음울하고 비극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다. “당신에게 가족은 무엇이냐?” 그의 대답인즉 “보는 사람만 없으면 당장에 버리고 싶다”

가족 관계에서 가장 금이 가는 때는 설, 추석 같은 명절일 것이다. 흩어졌던 가족과 친지들이 다 모여 정담을 나누고 먹고 떠들고 놀이한다. 명절 때, 무조건 시가에 가야만 하는 며느리로써의 여성의 위치는 편치 않다. 명절을 맞이한 중년 여성의 신세타령이 며느리의 애환으로 고스란히 인터넷에 노출되었다.

‘이제부턴 가부좌네 다섯 시간 전 부치네. 허리 한 번 펴고 싶네. 한 시간만 눕고 싶네. 남자들은 티비만 보네. 뒤통수를 째려봤네. 주방에서 소리치네 물 떠달라 난리치네. 음식 장만 내가했네. 지네들은 놀았다네. 절 하는 건 지들이네. 이내 몸은 부엌이네. 손님들이 일어나네. 이제서야 간다하네. 바리바리 싸준다네. 내가 한 거 다 준다네. 아까워도 줘야하네. 그래야만 착하다네. 피곤해서 누웠다네. 허리아파 잠만 오네. 명절되면 죽고싶네. 일주일만 죽고싶네. 십년동안 이 짓 했네. 수 십 년은 더 남았네’

‘홈 스위트 홈’이란 노래는 온 세상에 불러진 애창곡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라’ 그러나 정작 이 노래의 가사를 쓴 미국의 극작가요 배우인 죤 페인은 한 번도 단란한 가정을 꾸며 본 적이 없는 방랑자였다. 가정은 이상적인 낙원만은 아니다.

그러나 모여든다. 명절은 고향과 부모 중심으로 흩어졌던 자녀들이 모여드는 기회다. 부모 공경의 형태다.

명절에는 가족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의 우의를 다진다. 생명을 내준 부모님의 노고와 삶을 동정하고 효도한다. 그리고 진정한 가족에게 헌신한다. 명절은 가족이 모여야 의미가 있다.

이번 명절에는 코로나19와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친척들, 피를 나눈 형재자매들, 생명을 내준 부모님을 만나지 못 하지만 내 마음은 항상 고향 가족들에게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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