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볼 게 많은 봄
아침을 열며-볼 게 많은 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3.24 17: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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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
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볼 게 많은 봄

볼 게 많아서 눈이 즐거운 봄. 여름은 열매가 많아서, 가을은 온통 갈색이라서 가을, 겨울은 잘 모르겠다. 말도 생명체와 같아 세월을 지나오면서 새로 생기고 또는 사라지기도 한다.

봄은 본다는 말의 명사형, 순우리말이겠지? 우중충한 겨울의 무채색을 벗고 해가 길어지면서 따뜻해지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울긋불긋 꽃들이 피고 벌, 나비가 날아든다.

봄이면 이육사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4월은 잔인한 달. 학창시절 나를 괴롭히던 싯귀가 생각난다. 우리는 식민지를 당한 참으로 어두운 역사를 겪으며 가난하고 우울한 시대를 희망 하나로 열심히 일하며 때로는 해학으로 잘 겪어냈다. 그때는 누구나, 길가의 나그네도, 밭고랑을 가는 농부도 독립투사였으며 숨바꼭질, 공기놀이하는 젖먹이 아이들마저 나라의 독립을 꿈꾸지 않았을까?

그런 어둡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생명이 움트는 따뜻한 봄날이 36번이나 왔건만 우리 백성들의 일상은 어두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참으로 현실이 열악했기 때문에 힘들게 노력하며 부단히 애쓰며 악착같이 살 수밖에 없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다 생명을 희생당했던 많은 열사분들께 고맙고 죄송스럽다. 처음에는 애국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던 권정생 작가님의 말이 참 의문스러웠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해방 후 지금까지 힘든 상황도 많았다. 그때마다 현명하게 해결해왔다.

겨울처럼 우울한 마음에 볕이 들어 봄꽃처럼 활짝 피는 날은 언제쯤일까?

코로나로 벌벌 움츠린 대한민국, 지구촌.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지 꿈틀꿈틀 들썩들썩 언 땅을 달구는 태양열로 아지랑이 피어오른다. 땅은 따뜻한 에너지를 모아 생명을 키운다.

요즘 일상은 과거의 어둡고 무거움을 벗고 보다 가벼운 것들이 소재가 되고 일반인들의 문화수준이나 과학적 지식 또한 높아져서 보편적인 상식이나 의식은 앞서가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너나할 것 없이 코로나로 발이 묶여 있다. 대면이 힘들지만 비대면회의 등으로 많은 만남의 욕구들을 풀고 있다. 물론 상황적 어려움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가족이 아니면 서로 멀어지고 우울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날이 풀리면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기대감으로 여전히 남아있고 확진자가 최고로 많은 가운데 둔감해지고 조금씩 수그러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게 많아 좋은 봄. 누가 봐주고 감탄해주지 않아도 생명들은 자연을 받아들여 제각각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뽐낸다. 오늘도 예외 없이 살랑살랑 봄바람이 분다.

‘다음에, 나중에’ 이러면서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말고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찾아 일상의 기쁨을 하나씩 발견하고 누리자. 다음 생이 있을지 없을지 아무도 모르니 말이다.

누군가 사랑이란?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하였다. 솔솔 부는 봄바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바람에 실려 올 그 어느 훈훈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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