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도민칼럼-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4.26 17: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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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모든 것을 정지당했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다정히 끌어안는 인사를 하는 것도, 그냥 손을 잡는 것마저 모두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사랑할수록 거리를 두어야했다. 2020년, 2년 4개월 전만 해도 무슨 특이한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그해 2월 23일 방역단계는 ‘심각’을 알린 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말겠지, 여름이 오면 괜찮아지겠지’, 그런 기대는 산산이 무너지고 마스크 일상이 시작되어 버렸다.

가장 슬픈 건 이제 막 아장아장 걸으며 세상 구경을 나온 아이들까지도 잠시 집밖을 벗어나려면 마스크를 하는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아이들은 입학식은 고사하고 첫 학교생활을 일명 ‘비대면’으로 서로 만나서 놀지도 못하고 수업을 해왔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숨을 돌리며 집안일을 하던 엄마나 아빠들은 가정교사가 되어 하루에 삼시세끼를 해주어야 했다.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더 난감했다. 부부가 번갈아 휴가를 쓰거나 주변에 같은 상황인 경우 품앗이를 해야 하는데 4인 이상 집합금지다 보니 아이들을 한데 모아놓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부모 중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는 일까지 발생했다. 주변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혼란은 극에 달했다. 주변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감염된 사람도 환자인데 죄인이 되어 있었다.

전 세계가 모두 혼란이었다. 국가 간에 이동이 멈추고 선진국이라는 미국마저 하트섬에 시신을 집단 매장한다는 기사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첫 감염지로 의심받는 우한에서는 통제된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음모들이 더 우리를 공포로 몰았다. 감염된 의사가 시커멓게 타 죽어가면서 하는 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누구는 중국을 원망하고, 누구는 바이러스 유포설을 전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노인들이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노인연령대 인구 편중이 완화되었다고 현대판 고려장 바이러스라며 시니컬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최소 3년 이상 10년은 임상실험을 해야 안전하다는 백신이 1년 만에 나오기 시작하자 백신 음모설도 퍼졌다. 실제 백신을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들도 나왔지만 함께 살기 위해서 대부분 백신을 맞았고 현재도 맞고 있다. 지금은 모든 판단이 유보된 상태다. 정말 어디서 이 바이러스가 시작됐는지 백신은 유효한 건지 혹은 무해를 넘어 우리를 파괴할 건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이렇게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 지구는 어땠을까? 예상한대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어지니 탄소배출량이 줄어 지구도 숨을 쉬었다고 한다. 인간은 개체수가 줄었지만 다른 생물들은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미세먼지로 파란 가을 하늘을 못 보았는데 지난해에는 제법 보았다.

저녁이 있는 삶이 어쩌다 생겨나니 아이들이 초등학교만 가도 서로 바빠 가족이 모여 식사하기가 어려웠는데 자연스럽게 한자리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늘었다. 직장인들은 회식에, 거래처 관리에, 퇴근 이후에도 시달리던 격무가 사라졌다. 밤새 노는 문화가 성행해서 잠 몇 시간 못자고 업무 본다는 말로 체력을 과시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그런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해외로만 다니던 젊은 친구들이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과하게 행복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4월 25일, 드디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병 1급에서 2급으로 하향되었다. 코로나 확진자는 아직 7일 격리 의무 기간을 유지하지만 일반인들은 이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실외에서는 마스크착용해제도 논의 중이라는데 우리 촌에서는 사실 실외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래서 다시금 시골에 사는 즐거움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2년 동안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하동야생차문화축제도 올해는 대면으로 전과 같이 열린다. 다포에 그림도 그리고 차꽃 송편도 만들고 종이공예도 하면서 아이들 손을 잡고 건강해지러 오시라! 다례를 뽐내는 경연대회도 오시고 다양한 차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티브랜딩대회에 와서 시음도 하시라! 5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축제에 이제는 맘껏 오시기를! 이원규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라는 시의 한 행처럼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첫 마음이니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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