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동차 제동장치
기고-자동차 제동장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5.16 09:19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철호/르노삼성자동차 창원지점 영업팀장

최철호/르노삼성자동차 창원지점 영업팀장-자동차 제동장치


자동차 등장 이후 보행자의 안전 문제는 늘 중요한 해결 과제 중 하나였다. 2톤에 달하는 쇳덩이가 빠르게 달린다는 건 그 자체로 사람에겐 큰 위협이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힘을 기울였다. 노력 덕분에 충돌을 막기 위한 기술은 발전했고, 다양한 관련 장치들이 세상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다양한 보행자 보호 기술들
2005년이었다. 재규어는 보행자와 접촉사고가 났을 때 보닛을 최대 130mm까지 올려 부상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공개했습니다. 2005년부터 유럽(EU)이 보행자 보호 항목을 새롭게 평가 기준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히겠다고 해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그보다 몇 년 전에는 혼다가 보행자 보호 관련한 구체적 실험을 진행해 부상 최소화 설계를 하기도 했다.

이후 볼보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이라고 해서 후드가 들리는 것은 물론 에어백까지 터지도록 후드 안전 기술을 더 구체화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확대되지 못했다. 보행자와 자동차의 충돌 자체를 예방하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기술은 좋지만 대중화되지 못한 게 또 있죠. 아우디의 보행자 보호를 위한 헤드램프 기술이다.

어둠 속 걷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자동차 헤드램프는 더 불을 밝혀 충돌 위험을 줄인다. 심지어 얼굴 아래만 빛을 쏘아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BMW는 야간 투시 기능을 적용했다. 어두운 밤에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이를 디스플레이로 보여준다. 또 벤츠는 카메라와 센서로 교차로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을 특정 모델에 적용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 모두 대중화가 안 된 상태다.

개발이 진행 중인 기술들도 있다.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교통 인프라 사이의 정보를 주고받는 Car-to-X 시스템 같은 것인데. 꼭 보행자 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로 상황에 맞게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유용한 시스템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증강현실 등을 이용해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에 가려 안 보이는 보행자를 보여주는 첨단 기술 등에도 몇 년 전부터 글로벌 부품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했듯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이고, 언제쯤 현실 도로 위에서 그 실력을 발휘할지 아직은 확인할 길이 없다.

두 번째 자동 긴급 제동 장치의 등장

앞서 설명한 것들 외에도 여러 보행자 보호를 위한 기술이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확실하다고 평가되는 보행자 보호 시스템은 자동 긴급 제동 장치(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이다. 운전자 부주의로 보행자나 자전거를 제때 발견하지 못해 충돌의 위험이 있을 때, 카메라나 레이더 등의 도움으로 자동차가 스스로 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2022년부터 신차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수년 전 이미 결정했고, 유럽 역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긴급제동장치를 포함한 첨단 안전장치들의 의무 장착을 한다. 우리나라도 2017년 이후 출시된 승합차나 화물차 등에 이 장치가 달리기 시작했다. 또 덤프트럭도 2023년부터 필수적으로 장착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승용차 의무 장착이 결정되지 않았다. 이 점은 아쉽지만 운전자 스스로 자동차 구입 시 필수 옵션으로 많이 적용하고 있고, 내년에는 신차의 95%에 이 기능이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운전자라면 누구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볼보가 시티세이프티라는 이름으로 자동차에 적용했을 때만 하더라도 긴급제동 유효 속도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계속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시속 80km로 달릴 때에도 자동긴급제동이 가능해졌다. 원칙적으론 도시 최고 주행 속도인 시속 50km 정도에선 언제든 긴급제동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더 가치 있게 다가온다. 그런데 긴급제동장치가 장착만 되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세 번째 검증 작업과 결과 공개 등, 제도 마련돼야

자동긴급제동장치는 제조사에 따라, 또 같은 제조사라도 모델에 따라 그 성능이 다르게 나타났다. 차이가 발생하는 데에는 적용 방식이 다른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는데요. 어떤 모델에는 카메라만 달리기도 하고, 또 어떤 모델에는 카메라와 레이더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더 많은 장비가 적용되었다고 해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가 수년 전 테스트를 했을 때 모노 카메라만 달린 모델보다 오히려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더까지 달린 자동차의 긴급제동장치 성능이 더 떨어졌던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아데아체는 현재 운행 중인 48개 모델에 적용된 긴급제동장치에 대한 실험을 다시 진행했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시티 긴급 제동 보조 기능 / 낮과 밤의 보행자 보호 기능 / 자전거 보호 기능 / 도시 밖에서의 긴급 제동 기능 등, 4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여러 차례 반복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4개 항목 평균 95.3%의 정확성을 보인 폭스바겐 소형 SUV T-크로스가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반대로 첨단 전기차로 인기가 많은 포르쉐 타이칸은 48개 모델 중 정확성 57.7%로 38위에 머물렀다. 이렇게 타이칸이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시속 20km의 저속 주행 중 실시한 테스트에서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아데아체 측은 밝혔다.

2019년 테스트 때보다는 전반적으로 결과가 좋았지만 여전히 정확성 90%를 넘는 모델의 수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이번 테스트를 통해 드러났다. 이 얘기는 앞으로도 긴급제동장치에 대한 검증 작업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다. 또한 비싼 자동차라고 해서 꼭 긴급제동장치가 더 잘 듣는 게 아니라는 것도 확인시켜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