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상님의 은혜를 잊지 말자
칼럼-조상님의 은혜를 잊지 말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5.24 17:2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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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조상님의 은혜를 잊지 말자

과거 우리조상님들은 너무나 가난하여 끼니때가 되면, 양식이 없어서 어머니들의 한숨 속에 송기떡, 개떡으로 허기를 달래고, 보릿고개 때는 풋보리 훑어다 죽을 쑤어 먹었다.

요즘은 개도 안 먹을 쑥버무리, 보리죽, 수제비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조상님들은 가난을 유산으로 물려받아 험난한 세상에 부대끼며, 절망 속에서도 아등바등 허리띠 졸라매며 들풀처럼 강인함 속에, 검게 탄 얼굴로 농번기에는 송장도 일어나 한몫하고 부지깽이도 일을 거들 어야 한다는 높은 경지의 정신세계를 지니셨다. 운송수단이란 지게밖에 없던 시절, 그분들에게는 주말도 일요일도 없었고, 쉬는 날은 설, 백중, 추석에 며칠 쉬는 것이 전부였다.

날마다 밤낮없이 골병들도록 일만 하시면서도, 하루 세 끼 먹는 것도 힘들었다.

아늑한 가정생활은 꿈도 못 꾸었으며 가진 것 없는 맨주먹으로 수행자 같은 생활을 하셨다.

그분들 중에는 일을 너무 많이 하여, 일에 지쳐서 죽는, 과로사가 많았다. 생각하면 불쌍하기만 하다. 옛날 노예들도 우리조상님들처럼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글도 깨치지 못하신 분들이 많았지만, 자식들의 숨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아픈지, 마음이 상했는지, 슬픈지, 기쁜지, 다 아셨고,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건강 유무를 아셨다.

가족들이 행여 아플세라, 추울세라, 배고플세라, 전전긍긍하며 아궁이에 군불 짚이고, 곡식 씻었던 물도 아까워 숭늉을 끓여 드셨다. 아이들이 홍역으로, 열이 올라 울고 보체면, “네 병 내가 대신 앓아주마” 시며 밤새워, 애간장을 태우고, 발을 동동거리며, 눈가에 이슬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엄격한 자녀교육에 총력을 다 하셨다. 지금의 7~80대 노인들은 그러한 부모님들의 피나는 노력과 교육덕택에 밝은 눈으로 사람노릇하며 잘살고 있다.

그분들도 자식들에게 서운한일과 상처받은 일이 많았을 것이다. 자식이 많다보니 그중에는 부모에게 고등교육을 시켜주지 않았다며 원망품고, 재산 적게 물려주었다며, 불만품은 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상님들의 피눈물 나는 고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대의 젊은 부모들은 ‘나’ 자녀교육 이대로 좋은가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을 잘 안 듣는 다 한다. 원인은 가정교육부재 때문이다.

선생님은 촛불처럼 스스로를 희생하며, 우리들을 가르쳐주신 훌륭한 분들이다. 스승을 존경 하지 않는 자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각인시켜주어야 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고, 스승님 앞에서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일러주자. 그리하여 공동체사회에서 각자의 본분에 맞는 소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자.

오늘도 허공에는 비행이가 날고, 새가 날고 있으며, 구름도 떠다니고, 천둥번개가 치고 있지만, 저 허공에는 작은 상처하나 남지 않는다. 아이들을 허공처럼 큰 그릇으로 성장시켜내자.

부모가 속 좁고, 옹졸하고 몰인정하며, 비겁한 언행 속에 살아가면, 그걸 보고 자란 자녀들에게 꼭 부모처럼 살도록 개인지도 하는 꼴이 되고 만다.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 않고, 삿된 마음 품지 않고, 한입으로 두 말 않고, 악담 않고, 거짓말 않고, 허풍 떨지 않고, 탐욕부리지 않고, 시비, 시기하지 않고, 아첨하지 않고, 성내지 않는 사람으로 키워나가자.

자녀교육 잘못시켜 놓으면, 늙은 후에 자식 때문에 속 썩는 부모 되어 애태우게 된다.

빈 돌팔매도 안 맞은 것이 좋고, 빈총도 안 맞는 것이 좋다. 늙어서 갈 길은 정해져 있다.

철없던 시절에는 천방지축 살아왔더라도 성인이 되었으면 조상님들 지혜에 감사할 줄도 알자. 우리가 잘 먹고 잘사는 것은 모두 조상님 덕분이다.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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