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 ‘장군의 검’
장영주 칼럼- ‘장군의 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01 17: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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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장군의 검’

가정의 달에 이어 6월은 호국영령의 달이다. 6월 1일은 홍의장군 곽재우 의병장(1552~1617)의 거병을 기념한 ‘의병의 날’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174년이 지나 영조는 최초의 '국가 주도 공식 기념의식'을 치른다. 6월 6일 현충일은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모든 이들의 충성심을 기념하기 위한 '국가 추념일'이다. 민족사의 최대 사건인 6.25 동란도 또한 6월에 일어난 비극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자원, 식량, 공산품이 교류되는 글로벌리즘에서 폐쇄적인 내쇼널리즘으로 회귀하고 있다. 한국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간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수상에게 ‘일본의 무력증강을 환영한다.’며 일본의 무력은 동북아시아의 ‘선한 힘’이 될 것이라고 격려하였다. 일본 헌법에 명기된 군대 없는 나라가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회귀하는 것을 이제는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한나라를 불안하게 하는 존재는 힘이 세면서 가까이 있는 나라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힘센 나라들이다. 북한 역시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대통령은 5월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군의 대장 진급자들에게 ‘삼정검(三精劍)의 수치’를 수여했다. '삼정검'은 육군ㆍ해군ㆍ공군 3군이 하나 되어 호국ㆍ통일ㆍ번영을 달성해야 한다는 뜻의 ‘장군의 검’이다. 군대는 전쟁집단이며 장군은 필승의 지휘권을 위임받은 자들이다. 지휘관은 국민과 부대의 생사여탈을 걸어야 하는 전장에서 선택받은 최후의 존재로 장군의 검은 이미 일개 검객의 칼은 아니다.

이순신 장군의 2m 길이의 장검 손잡이 윗부분에는 검명이 새겨져 있다.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三尺 誓天 山河動色 一揮掃蕩 血染山河), 오직 뜨거워 순백한 충무공의 맹세는 생사 간에 변함이 없다. 이순신 장군의 포부와 기백에 눌렸는가?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과 중국, 인도까지 손에 넣으려는 거대한 야망은 현해탄을 건너자마자 무명의 조선 수군장군에 의하여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스스로 ‘천하인’을 자처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검명은 ‘천하포무(天下布武)’이다. 천하의 권세와 이윤을 자신의 무력으로 뒤덮겠다는 사납고 욕심 가득한 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자신의 왕과 대륙의 명나라 황제마저도 굴복한 청나라에 항거하기 위하여 평생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임경업’ 장군(1594~1646)의 곁에도 두 자루의 검이 있다.

'용천검’은 대륙을 뒤 덮는 장부의 호방함으로 빛나고 ‘추련검’은 외롭도록 의로운 마음을 비추니 그 칼 빛이 아직도 형형하다.

“석자 용천검은 만 권되는 책이로다. 하늘이 나를 냈으니 그 뜻이 무엇인가. 산동에선 재상이 나고 산서에선 장수가 난다고 하나 너희가 사내라면 나 또한 (조선의) 사내로다.” (三尺龍泉 萬卷書 皇天生我 意何如 山東宰相 山西將 彼丈夫兮 我丈夫)

“시간이여!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나니, 한번 나고 죽는 것일 뿐. 장부의 한평생 나라의 은혜 갚을 마음뿐이로다. 삼척 추련검, 십년을 갈았네.”(時呼時來 否再來 一生一死 都在筵 平生丈夫 報國心 三尺秋蓮 磨十年 )

그 어디에 가을에 피는 연꽃이 있으리오. 추련은 환경의 절대성을 뛰어넘고 살아남은 의로움을 상징하니 장군의 호인 ‘고송(孤松)’과 하나로 상통한다.

용맹스러운 장수도 지혜 있는 장수를 이기지 못하고, 지혜 있는 장수도 덕이 있는 장수를 이기지 못하며, 덕이 있는 장수도 복이 있는 장수를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나와 민족과 인류를 구하는 가장 큰 검은 홍익의 철학으로 모두를 살리는 복검(福劍)일 것이다. 그 검은 지구를 살리는 이치의 검이요, 접화군생의 사랑의 검이요, 병들어 더러운 것을 잘라내는 의사의 칼이다. 우리 모두 한 자루의 복검을 가슴에 품고 그 검의 주인은 바로 ‘나’로써 빛나는 수치를 스스로 수여 해 볼 일이다.

그때 지구상에는 더 이상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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