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자불언(知者不言)
칼럼-지자불언(知者不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09 16:4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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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지자불언(知者不言)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거듭나며 살아가야한다. 삶이 힘든 것은 세상 탓, 남 탓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다. 항상 겸손한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를 지니고, 두둑한 배짱으로 밀고나가야 성공이 온다. 대립과 갈등은 서로 제 잘난 점만 강조할 때 온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공경하며 살아가자.

우리사회에 반목과 질시가 팽배한 것은 상대방을 향한 험담과, 배려심이 부족한데서 생긴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사람과 사물을 접할 때도 분별하거나, 집착하지 말자. 자신을 돌아보아 분별심과 집착심이 매일 줄어들고 있으면 무한한 발전이 온다. 그러나 분별심과 집착심이 예전과 같거나 더 심해지고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쁜 삶이 찾아오게 된다.

중국의 작가 위화(余華)는“인생은 무거운 등짐을 진 채, 머나 먼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하였다. 우리는 누군가의 짐이 되지 말고, 누군가의 짐을 덜어주는 사람이 되어서 더불어 살아가는 길에 좋은 도반(道伴)이 되도록 하자. 불가에 막존지혜(莫存知解)란 말이 있다.

아는 체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개구착(開口錯)이란, 입을 열면 그르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자불언(知者不言)이라,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것 아니라, 알고 있더라도 말을 하지 말고 겸손 하라는 것이다. 마음속의 생각이 입으로 나오기 때문에 입을 마음의 문이라 한다. 말을 엄격하게 조심하지 않으면 탈이 붙는다. 스님들의 말수가 적은 것을 무얼 모르고, 용기가 없는 걸로 본다면 그건 오해다. 또 알면 무얼 얼마나 알겠는가? 부처님 법문이 84000법문인데, 100/1을 안다 해도840법문이며, 1000/1을 안다 해도84법문이다.

84법문도 술술 쏟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스님들은 말수가 적다. 얕은 시냇물은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흘러간다. 속이 얕은 사람은 말이 많고, 행동이 가볍다. 속이 깊은 사람은 말수가 적고, 행동이 무겁다. 소리가 요란한 얕은 시냇물에는 빠져도 별것 아니지만, 소리 없는 깊은 강물에 빠지면 죽을 번하든가 죽든가 둘 중하나가된다.

얕은 시냇물은 겉보기에는 유속이 대단히 빠른 것 같지만, 혼자서 버틸 수 있다.

깊은 강물은 겉보기는 유속이 대단히 느린 것 같지만, 속에서는 엄청난 속도와 위력으로 흘러가고 있기에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사람도 아주 큰 기쁨이나, 큰 고통 에서는 말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야! 신난다’ ‘끝내준다’면서 소리 지르지 않지만, 친구끼리 저녁내기 팔씨름에서 이긴 사람은 대권 잡은 사람보다 더 환호하며 즐거워한다. 구경꾼들도 공짜 밥 먹게 되었다며 박수치고 환호한다. 슬픔과 고통도 그렇다.

길에서 넘어져 코피라도 나면 별것 아닌데, 엄살 부리며 난리가 난다. 그러나 고층에서 추락하거나, 사고로 신체일부분이 절단되면 이를 꼭 깨물고 그 순간 말없이 숨을 죽인다.

살면서 힘들다 말하지 말자. 삶이 힘들다 말한 사람은 엄살쟁이다. 죽을 만큼 힘든 사람은 정작 말이 없고, 엄살 부리지 않는다. 삶이 힘들다 말한 사람은 아직 여유가 있는 것이다. ‘나’만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도, 재벌총수도 수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평화로운 삶을 원하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과 비교해보기 바란다. 만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가며 지혜의 바탕을 넓혀 가면, 평온을 유지할 수 있어서 묶인 매듭이 풀려나간다. 불교는 정신적, 물질적, 그 무엇도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는 ‘무아론’에 기반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길에, 알고 있는 일에서도, 말수를 줄여서 일심동행(一心同行)의 멋진 도반(道伴)으로 거듭나자. 말하고픈 욕심을 줄여보자. 욕심에서 근심, 걱정, 두려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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