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잔치는 끝났다
도민칼럼-잔치는 끝났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07 12: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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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잔치는 끝났다


어느 시인 왈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했지만 나또한 지난 일요일 잔치를 끝냈다. 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14년차, 일 년에 세 번 이상 열려오던 행사 중 여름이면 하는 축제를 마친 것이다. 아직은 코로나나 원숭이두창 등 흉흉한 돌림병 기사들로 내심 걱정되어 크게 알리지 못했지만 숨 쉬고픈 많은 이들이 지리산을 다녀갔다.

나라의 크고 작은 잔치인 선거도 끝이 났다. 누구에게는 잔치의 여운이 길었지만 누구에게는 분이 나고 슬플 수도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승자라고 영원한 승자도 아니고 패자라고 영원한 패자도 아닌 세상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늘 관심이 많지만 선거에는 직접 나서는 건 조심스러웠는데 한 번 거리로 나서봤다. 그러면서 마음이 암울해졌다.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가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방자치는 요원한 듯하다.

모두 다 아는 지방자치란 뜻을 이철수 박사의 사회복지학 사전에서 살펴보면 지방자치란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지역단체를 구성하여 지역공동사회의 정치와 행정을 그들의 의사와 책임아래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주민자치는 선거와 같은 일이고 단체 자치는 지역의 단체가 지역 일을 중앙정부와 별개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서로 섞여있기도 하다.

영국과 미국은 주민의 자치활동에 초점을 두어, 주민들이 조직한 지방단체에 의해 지역사회의 공적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한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 대륙법 계통의 국가에서 발전된 단체자치의 개념은 법인격으로서의 단체에 초점을 두어, 지역사회의 공적 문제를 지역단체의 힘으로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의사에 의해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영국과 미국에 가깝다. 지방에서 주민들이 어떤 결정을 하여도 중앙정부의 노선과 충돌하면 서로 절충은 하되 중앙정부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다양한 생각이 많은 현대 사회지만 어떤 일을 진행하다보면 시간과 비용측면에서 효율을 앞세우게 될 때도 많다. 백이면 백사람의 의견이 있으니 소수의 의견을 다 받을 수 없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더 많은 의견 수용을 하기 위해서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 선거도 바람이 부는 선거가 되고 말았다. 이 바람이 불면 이 색깔, 저 바람이 불면 저 색깔, 우리는 지방자치를 할 만한 국민의 수준이 안 되는 것인지 여전히 정치권의 놀음에 휘둘리고 있어 보여 안타깝다.

차라리 이번 선거, 무소속의 흰색이 더 반가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은 교차 선거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 번호만 다 찍기보다 지역의 일을 잘하는 사람은 당과 관계없이 찍는 모습도 보였다. 본래 지방단체장 이하 후보는 당 공천을 하지 않기로 지난 18대 선거 공약으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모두 공약집에 실었었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대통령이 되었지만 입법부에서 그 공약을 실현하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지방에 사는 우리는 대부분 공감한다. 지역의 일꾼 뽑는 일은 중앙정치와는 별개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예산권이 중앙정부에 있다 보니 더구나 국회의원에게 있다 보니 지금 우리에게 지방자치제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지역의 문화를 알리고 지역의 크고 작은 일을 결정하는 것은 지역 주민이 뽑은 지역 일꾼이 되어야 한다. 잔치를 끝내고 뒷북 같지만 뒷북을 잘 울려야 다음 잔치가 제대로 펼쳐지리라 본다. 선거판이 시작되고 나면 이미 다 저들끼리 결정이 되어서 우리는 낄 여지도 없으니 하는 말이다.

앞으로 2년은 큰 선거가 없다. 이제 조용히 세상 돌아가는 일을 살펴보고 잘못된 것은 적어두어서라도 잊지 말아야겠다. 헤드라인에 올리는 제목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도 말고 남의 얘기만 듣고 판단하지도 말고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따져보고 다만 이제는 좀 신명나는 일에 함께 해보자고 마음을 다져본다. 즐거움은 모든 힘의 원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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