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울분과 회한의 방랑시인 김삿갓 회고(Ⅲ)
칼럼-울분과 회한의 방랑시인 김삿갓 회고(Ⅲ)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20 10:2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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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울분과 회한의 방랑시인 김삿갓 회고(Ⅲ)

 

일화6→하루는 김삿갓이 나룻배를 탔는데 그 배의 사공이 처녀였다. 김삿갓:여보 마누라. 노 좀 잘 저으소. 처녀 사공:어째서 내가 댁의 마누라요? 김삿갓:내가 당신 배에 올라탔으니 내 마누라지. 처녀 뱃사공도 지지 않고 응수하였는데. 처녀 사공:내 아들아, 잘 가거라. 김삿갓:아니, 내가 어찌 그대의 아들인고? 처녀 사공:내 뱃속에서 나갔으니 내 아들 아닌감! 라고 맞 응수하자 김삿갓도 처녀사공이 보통이 아님을 알고는 서로 크게 웃었다고 한다.


일화7→함경도에서 어떤 부자들이 노니는 것을 보고 술 좀 달라고 했다가 되레 푸대접을 하니까 다음과 같은 시를 읊어서 부자들을 화나게 하기도 했다. 日出猿生原(일출원생원) 猫過鼠盡死(묘과서진사) 黃昏蚊簷至(황혼문첨지) 夜出蚤席射(야출조석사):해 뜨자 원숭이가 마당에 나타나고/고양이가 지나가자 쥐가 다 죽네/저녁이 되자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밤이 되자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 대네. 언어유희가 잘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원생원=원숭이, 서진사=쥐, 문첨지=모기, 조석사=벼룩으로 치환된다는 언어유희를 이용한 것이다. 이 한시가 품은 뜻을 모를 리가 없는 부자들은 그 시를 읽고 화를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화8→하룻밤 신세를 지기 위해 어느 절에 갔더니, 절에 있던 승려와 선비가 김삿갓의 초라한 행색만 보고 하대를 하고 푸대접을 하는 등 매우 고약하게 굴었다. 이에 지필묵을 갖다 달라고 하고 시를 썼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僧首團團汗馬囊(승수단단한마랑) 儒頭尖尖坐狗腎(유두첨첨좌구신) 聲令銅令零銅鼎(성령동령영동정) 目若黑椒落白粥(목약흑초락백죽):둥글둥글한 중 대가리는 땀난 말의 불알 같고/뾰족뾰족한 선비 머리통 상투는 앉은 개좆같구나./목소리는 구리방울을 구리 솥에 굴리듯 요란하고,/눈깔은 검은 후추 알이 흰죽에 떨어진 듯 흉하구나.

일화9→경기도 개성에 가서 어느 집에 하룻밤 신세를 지려 했으나, 주인이 '집에 불을 피울 장작이 없다'는 핑계로 문을 닫으며 쫒아냈다. 그러자 김삿갓은 다음과 같은 시를 써서 조롱했다. 邑名開城何閉城(읍명개성하폐성) 山名松岳豈無薪(산명송악기무신):고을 이름은 개성인데 어찌 문을 닫아 걸며/산 이름은 송악인데 어찌 땔감이 없다 하느냐? 개성의 한자를 그대로 직역하면 성을 연다는 뜻이고, 개성의 진산인 송악산(松岳山)은 '소나무 산'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따온 것.

일화10→세금을 혹독하게 거두고, 재물을 강제로 빼앗는다는 가렴주구(苛斂誅求)를 폭로하다. 宣化堂上宣火黨(선화당상선화당) 樂民樓下落民淚(낙민루하낙민루) 咸鏡道民咸驚逃(함경도민함경도) 趙冀永家兆豈永(조기영가조기영):선화당에서 화적같은 정치를 행하고/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함경도 백성들이 모두 놀라 달아나니/조기영의 가문이 어찌 오래 가리오?

당대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가렴주구를 폭로한 시로 선화당·낙민루·함경도·조기영의 한자 훈을 바꿔서 기가 막힌 시를 지었다.

일화11→걸식(乞食) 도중 쉰밥을 얻어먹고 분노하여 이런 시도 지었다.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四十村中五十食(사십촌중오십식) 人間豈有七十事(인간기유칠십사) 不如家歸三十食(불여가귀삼십식):스무(스물) 나무 아래에 서러운(서른) 나그네/망할(마흔) 놈의 마을에서 쉰(쉰) 밥이네/사람 세상에 어찌 이런(일흔) 일이/집에 돌아가 설은(설익은) 밥 먹느니만 못하구나!

일화12→시(是)와 비(非) 단 2글자로 지은 시도 있다. 제목도〈시시비비가(是是非非歌)〉. 허황된 이론을 가지고 옳다 아니다 하며 탁상공론이나 일삼는 부류를 풍자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是是非非非是是(시시비비비시시) 是非非是非非是(시비비시시비시) 是非非是是非非(시비비시시비비) 是是非非是是非(시시비비시시비):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함이 옳지 않으며/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함이 옳지 않음이 아니다/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함이 그른 것이 아니며/옳다는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함이 도리어 그른 것을 옳다 함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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