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 ‘k-딴따라’
장영주 칼럼- ‘k-딴따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16 17: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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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k-딴따라’

송해 선생께서 돌아가셨다. 향년 95세로 1988년부터 35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의 '국민 MC'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최고령 TV음악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올라 모두 기뻐하였다.

내친김에 100세까지 거뜬히 이어가시라는 소망을 뿌리치듯 우리 곁을 떠나셨다. 혹시 하늘에서 열리는 ‘천국 노래자랑’ 잔치무대에서 사회를 보기 위해서였을까? 2015년, 그의 삶을 담은 ‘나는 딴따라다’가 출간 되었다. ‘딴따라’는 ‘예능인’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딴따라’는 춥고, 배고프고, 하룻밤 머물 곳을 걱정하면서도 재능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화려한 분장과 조명 뒤에서 대부분이 맵고 쓰고 굴곡진 삶을 이어가야 했다. 코미디언 ’이주일‘ 씨는 7대독자 아들이 방금 사망했다는 말을 듣고도 무대로 나가 관객을 ‘웃겨드리고’ 빈소로 달려갔다. 송해 선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양국립음악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였으나 공산당을 피해 혈혈단신 월남한다. 국군에 복무 중에 대구 아가씨와 결혼하지만 63년이 지나서야 부인에게 면사포를 씌워드린다. 교통방송 진행자일 때 외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자 17년간 진행하던 방송을 중도 포기했다. 고향 잃은 월남자요, 전쟁 통의 딴따라였기에 평생을 아끼며 검소하게 살았다. 염색포함 4천 원짜리 단골 이발관, 2천 원짜리 단골 낙원동 국밥집, 대중교통만을 고집하면서도 남모를 덕도 많이 베풀었다.

‘딴따라’의 삶과 형상은 우리나라가 걸어온 모습과 역사와 일치 한다. 우리의 딴따라들은 일제 강점기엔 나라 잃어 정처 없는 ‘나그네 설움’을 부르면서 극복하였다. 6.25의 전쟁터에서는 ‘장부의 길’ 일러주신 흰머리가 눈부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면서 도 전선을 굳게 지켰다. 그날 밤, 부산 영도다리 난간 위의 초생 달도 금순이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서울을 탈환하였다. 국민오빠 ‘남진’은 인기가 한창임에도 해병대 전투병으로 월남전에 참전하여 죽을 고비를 넘긴다. ‘김추자’는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를 따뜻하게 다독여 준다. 세월이 흘러 이민세대가 많아지고 ‘나성(LA)에 가면 소식을 전해 달라.’며 연인을 깔끔하게 보내준다.

‘싸이’의 말 춤이 세계를 내달리고 ‘BTX’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초청 하였다. 많은 아이돌 가수들에 이어 미나리, 파친코, 오징어 게임 등 한국노래와 영화가 연속적으로 크게 히트한다. 덕분에 한국어의 가치는 올라가 제2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8,200만 명에 달하니 적은 수는 아니다. 이제 한류는 ‘k’로 상징하는 거대한 물결이 되어 지구촌으로 확장하고 있다. k-푸드, k-뷰티, k-스포츠, k-의료, k-웨폰 등등 코리아는 다가오는 세계의 ‘기술문화종주국’이 될 듯하다.

나훈아는 늙마에 ‘인생이 왜 이래’라며 테스 형을 소환하더니 남북문제도 ‘사내답게’ 당당하게 소신을 밝힌다. 고모부와 이복형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김정은 앞에서는 때려죽여도 노래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수많은 정치가와 군인들이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연예인은 이미 딴따라가 아니다. 그들은 가족과 나라를 위하여 효도와 충성으로 몸과 마음을 바치고 마침내 지구의 평화를 노래하고 춤추는 진정한 예술인이며 정치가이고 철학자이다.

한민족 고유의 신바람과 흥으로 모두 하나 되는 DNA가 우리의 혈관 속에 살아 내려오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법이다. 강한 자는 과연 누구인가? 한 줄 노래로도 가슴 깊이 뿌리박은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하는 자이다. ‘덩더꿍’ 허공 같은 춤사위로 절망의 터를 희망의 땅으로 바꾸는 자이다. ‘한’을 ‘흥’으로 능히 풀어내어 한숨으로 비단을 짜내는 신령스런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가리고 발목 잡던 모든 장애와 어두움은 끝없는 비상(飛翔)을 위해 태워질 연료가 될 뿐이다. 역사는 그들을 ‘k-딴따라’ 라고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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