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사장의 수제
진주성-사장의 수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20 17: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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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사장의 수제

수제가 좋았던 때가 있었다. 국내산 팥을 시골 농가나 지인으로 통해 구입해서 큰 가마솥에 넣고 직접 삶아 ‘국산 팥빙수’라고 판매를 한 적이 있었고, 국산 한우에 다진 채소를 썰어 패티를 만들고 숯불에 구워서 수제 햄버거라고 나갔던 적도 있었고, 베이글과 프리즐을 만든답시고 반죽하고 성형 숙성해서 며칠을 눈물과 한숨으로 지새운 날들이 있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카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와 전문성이 필요했고 뭐든지 잘해야 하는 강박관념이 스스로 힘들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좋은 재료에 주인이 원하는 향과 맛을 담아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임은 맞지만, 과연 그 모든 것을 사장이 고민해서 만들고 실패하고 또다시 반복하는 일들이 효율적인가에 대해 분석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유명한 소고기 식당에서 소를 사육해서 손님께 제공하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고, 맛있는 삼겹살 식당도 제주산 돼지를 직접 키워 판매하지 않는다. 레스토랑 사장이 와인과 음식을 궁합 맞춘다고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만들고 밀밭을 가꾸어 파스타면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고 효율적이지 않는다. 좋은 와인을 구별할 수 있는 지식을 갖고 파스타를 잘 만드는 방법에 집중하면 될 일이다.

돼지나 소 키우는 것은 잘 키우는 축산업자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잘 키운 돼지나 쇠고기를 보는 눈을 높이고 더 잘 숙성하고 맛있게 구워 나가는 방법을 연구하면 될 일이고, 더 나아가 사장은 매장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나 청결 및 직원 교육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커피숍 창업 수업 배우러 오는 사람 대부분은 커피 맛을 구별하고 아는 것에는 관심 없고 메뉴 만드는 방법과 커피 볶는 로스팅만 배워 당장에 대박 창업하는 착각을 하고는 맛과 향을 알아가는 시간에 지쳐 급히 오픈해서 금방 망하는 카페 창업인을 수 없이 보았다. 손님은 카페 사장이 로스팅을 한다고 매장을 찾아가지 않고, 사장이 밀가루를 묻히고 빵 굽는 모습에 반해 커피숍을 가지는 않는다.

수제란 정성이라 할 수 있는데 직접 만든다고 하여 모든 게 맛있을 수는 없다.

수제라는 것이 꼭 먹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진심이 담긴 소통과 대화 매장 내 직원을 가르치고 서비스하는 모든 일들 또한 수제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사장이 모든 일을 수제로 하기 보다는 사장이 잘하는 곳과 것을 알아내는 정보력과 그 모든 것을 잘 조합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손님들의 만족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수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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