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디카시 광장-뿌리
수요 디카시 광장-뿌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21 10:31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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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최재우/시인

뿌리 

꽃이 엄마인 줄 알았어요

잎이 엄마인 줄 알았어요
사실, 엄마는 어두운 곳에서
말없이 일만 하셨어요

_최재우

 

디카시는 사물의 현상 너머 현상을 카메라에 담고 언술하는 문학 활동이다. 눈앞에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통해 자기만의 성찰을 하는 작업이다. 그런 이유로 사진을 설명하는 “사진시”와는 분명한 구별이 된다.


오늘 다카시의 사진은 꽃 몽우리를 만들고 있는 백합이다. 엄마가 꽃인 줄 알았더니 꽃받침이었고 엄마가 잎인 줄 알았더니 엄마는 잎에게 자리를 내준 가지였고 또 가지가 엄만 줄 알았더니 꽃과 잎과 가지에게 양분을 끌어다 주는 뿌리였다. 설명하지 않아도 명징한 메시지다. 


캄캄한 땅속에서 수많은 다른 뿌리들과 경쟁하며 생명수를 공급해 주는 우리들의 엄마.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서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뿌리의 수고를 자주 잊는 우리.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엄마란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기였고 꿈 많은 소녀였다. 꽃으로 살고 싶었고 푸른 잎으로도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엄마에게 꽃의 자리를 양보하라고 한다. 기꺼이 그 자리를 내놓고 자식의 기댈 언덕이 되었다. 나보다는 내 아이가 더 빛나기를 바랐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공통 소망이 아닐까? 종종 하느님이 세상의 인간을 다 돌볼 수가 없어서 만든 존재가 엄마라고 한다. 정말 공감 가는 말이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뿌리인 우리들의 엄마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결국 뿌리인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평생 다 내주고 희생하다 결국 얻은 것은 온 몸으로 읽어내는 일기예보 이대흠 시인이 노래한 '비몸살'을 적어본다.

비 오기 전
어머니 뼈가 쑤신 건
풀 나무 뿌렝이가 어머니 몸에 들어
싹 틔워내려고
꽃피워내려고

 

최재우 시인 이력

* 2019년 계간 ‘시와편견’ 등단
* 2020 '뉴스 N제주 신춘문예' 당선
* 시사모, 한국디카시모임 회원
* 시편작가회 회원
* 디카시마니아 회원
*사진문학협회 회원

 

 

 

구수영 시인 이력
* 2018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 외 다수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시편 작가회 회원
* 제1회‘한국자유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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