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월이 된 달은 조만간 작아져 초생달이 된다
기고-만월이 된 달은 조만간 작아져 초생달이 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21 17: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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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주/동창원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사무관리팀 학과 기능강사
황영주/동창원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사무관리팀 학과 기능강사-만월이 된 달은 조만간 작아져 초생달이 된다

만월이 된 달은 조만간 작아져 초생달이 된다. 만조의 바다는 썰물로 갯벌을 드러낸다. 나라가 융성하면 쇄국의 운명을 겪는다.

생의 성숙한 노년은 죽음의 쇠락을 맞게 된다. 차고 넘치면 좋은건만은 아니다. 왕성한 풀들은 낫을 맞게 된다. 가득 차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다 성장한 연륜은 쇠락을 맞게 된다. 만월의 달은 더 커질 수 없고 자연 줄어든다. 러시아의 영토 확장은 자신의 쇠락을 자초한다.

지만계영(持滿戒盈)이란 말이 있다. 차면 덜어 내고 가득 참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김기석 목사의 책 <사랑은 느림에 기대어>에서 본 이야기다. 공자가 노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구경했다. 그곳에 의기 즉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그릇이 놓여 있었다.

공자는 묘지기에게 이게 무슨 그릇이냐고 물었다. "자기 곁에 놓아 두었던 그릇 유좌지기(宥坐之器)입니다. 비면 기울고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집니다. 이것으로 경계를 삼으셨습니다" 공자는 제자를 시켜 그릇에 물을 붓게 했다. 묘지기의 말과 같았다. 공자는 가득 차고도 엎어지지 않을 물건이 어디 있겠느냐고 탄식했단다. 그 말을 듣고 제자 자로(子路)가 물었다.

"지만(持滿) 즉 가득 참을 유지하는데 방법이 있습니까?" "따라내어 덜면 된다." "더는 방법은요?" "높아지면 내려오고 가득 차면 비우며 부유하면 검약하고 귀해지면 낮추는 것이지, 지혜로워도 어리석은 듯이 굴고 용감하나 겁먹은 듯이 한다. 말을 잘해도 어눌한 듯하고 많이 알더라도 조금밖에 모르는 듯이 해야지" 여기서 지만계영이란 말이 나왔다.

공자가 지만계영이라고 한것은 인간적 욕망에서 성취되는 자기 충족, 자기 완성, 자기 기만을 경계한 것이다. 되지도 않았으면서 다 된것처럼, 과대 포장하여 기만하는 일 따위다. 가득 차면 엎어진다. 자꾸자꾸 덜어 내야 한다. 꾸역꾸역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됐다 싶으면 엎어지고 비우고 고개 숙이고 덜어내고 바울이 말한 케노시스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수필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이다. "역경은 때로 사람을 곤경에 몰아 넣는다. 하지만 역경을 견디는 자가 백 명이라면 번영을 견디는 자는 한 명에 불과하다" 많은 연단,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연단을 이겨낼 수 있다.

진짜 힘든 것은 번영을 이겨내는 일이다. 부하고 힘있고 지식이 있는 것이 우리가 구하고 바라는 일이지만 그것은 몰락과 멸망에 이르게 된다. 그러기 전에 비워야 한다. 포기해야 한다. 엎어 쏟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화가 미친다. 지만계영 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 중에 집이 없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는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산다. 그런가 하면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나 땅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한번 거래로 수 억원씩 남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 아니다. 채우고 채우고 쌓고 쌓으면 그 가득 찬 그릇이 넘어진다. 화를 자초한다. 그러기 전에 비우고, 모자라게, 무식하게, 약하게, 없는 듯이, 처신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높아지면 낮을 궁리를, 차면 비울 방법을, 가득 담으면 나눌 마음을 모색하고 사는 것이 현명한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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