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여름 향기’(summer aroma)
도민칼럼-‘여름 향기’(summer aroma)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26 17: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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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애/작가·진주 신안초 교사
안정애/작가·진주 신안초 교사-‘여름 향기’(summer aroma)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공원 길은 여름 향기 그대로이다. 공원 옆길에 초 3년으로 보이는 학생은 화상 전화를 하고 있다. 앞에 자전거가 있는 것도 의식 안 하고 걷는다. 안전이 우려되어 미소를 보이고 가까이에서 질문해 본다. 여자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여자 친구인가? 보네” 멀쩍이 나를 보더니. 그냥 아줌마 같진 않아 보였는지? “진짜 여자친구는 이 애가 아니에요?” 화들짝 나는 놀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아이들 세계, 즉 동심(童心)은 어디까지를 말해야 할까 하는 궁금증이다. 심지어 2학년 아이들의 휴대폰 단체 톡에는 ‘남자 사귀는 법 ’등 어른도 접하면 낯 뜨거운 자료가 넘나든다. 오순도순 모둠별 활동을 하거나 잘 지내다 멀리하면 ‘너, 바람피우는 거야!’ ‘이젠 왜 저 승우랑은 멀리해’ 순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어디 그것뿐일까! 용무가 있어 강을 가로질러 큰 도로로 접하고 있는 초록 신호등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태양은 작열한다. 게시용 광고판 플래카드 옆 하나의 긴 문장에 유독 눈길이 간다.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내용이고 절실히 찾는다는 문구이다.

‘나의 가족을 찾습니다’ 연락을 주면 많은 후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모 방송 단짝이란 프로를 보면 더 여실히 공감한다. 누구나 외로움에 견뎌 내는 길에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 사회 변화의 이런 흐름과 급변하는 변화 물결을 인지하지 않으면 상당히 괴리 현상이 일어날 일이다. 마치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해 안락사하듯 ‘삶은 개구리'의 교훈을 상기할 때다.

이러한 예는 단순한 사회적 부분 외에도 교육가도 아주 확연하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변화의 셈법은 똑같은 것이다. 새 정부가 출현하고 여러 가지 지향하는 바가 가치보다 이해관계에 놓여 접근한다. 최근 이슈화되는 고교학점제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직 유연화에 대한 불안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 운영하는 형태가 확대될 것에 전망이나 자격제도에 대한 유연화이다. 그로 인해 교 사대(敎 師大) 통합에 이해관계 충돌에 민감한 부분에 대한 예측이다. 다양한 체제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안정화되지 않고는 어떠한 개혁을 꾀하고자 해도 또 갈등은 반복될 일이다.

출퇴근 길에 공원의 푸른 나무를 조용히 바라본다. 본질을 살펴서 순수로 다가가는 길을 찾을 수 없는 것에 상당히 가슴이 아려온다. 잠시 맑은 시 한 편을 읊조려 본다.

‘청라 한승희 시인의 여름 향기이다’
상큼한 이슬 청초하게 날 부르는 첫 새벽 그 향기 따라 물빛에 젖은 길/아무도 걷지 않은 길 위로 싱그럽고 초롱초롱한 여름 향기/물빛을 갈음하는 푸른 수심에 반드시 드러누운 눈빛은 그의 향기에 빠져드는 매력의 산책길/계절 바다 피고 지는 물방울의 요정처럼 애끓는 듯/감미로운 기운은/하루의 시작을 바람으로 전하네.

오늘 뉴스에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아주 좋은 희보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두에 언급한 그런 아이들 마음 밭에 혼탁해지는 일면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순수로의 길이 절실하다. 여러 기술이 진화하면 할수록 인간의 심성은 건조하고 더 사악해질 것이니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다시 한번 초롱초롱 눈빛에 고운 마음과 동심에 여름 향기처럼 불어 넣어 본다. 이런 감수성 안에 오롯이 담은 것에 우주로의 진출자가 되어가길 소원해 본다.

* 작가 이력: (2005. 시조 문학 등단. 다양한 장르의 글을 꾸준히 집필 중임)
* 발간한 도서: 2011 시사집 꽃등, 2019 소설집 그 큰사랑, 2020 소설집 The Level,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730일간의 사랑(한글판, 영문판), COVID19 교육혁명의 꽃은 기본(교육 가이드북) 책과의 만남 길: http://contentsmall.kr/main/index.html ,진주문고 평거지점 3층
* 현재 활동은 한국(경남)문협, 진주문협 회원임
* 성장과 배움을 공유하며 다음 세대들과 소통하는 교사로 세상의 나눔과 공감을 가치로 여겨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랑을 전하는 꽃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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