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미국은 우리나라에 예의를 갖추라
아침을 열며-미국은 우리나라에 예의를 갖추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06 17: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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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미국은 우리나라에 예의를 갖추라

버릇이 없다는 말이 있다. 버릇이 나쁘면 경우도 없고 독선과 아집에 빠진다. 버릇은 습관이다. 좋은 버릇은 좋은 태도이고 이것은 예절로 이어지고 인격으로 완성된다. 예의나 예절은 비슷하기는 하나 예절은 좀도 정형화된 단어이다. 예의는 영혼의 성장을 이루는 데에 필요한 기본 덕목이다. 비인 부전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 됨됨이가 나쁜 이에게는 법을 전하지 말라 라는 뜻으로 허준의 드라마에서도 등장한 문구이자. 예의가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영혼의 성장을 위해 우리가 길러야 할 예의는 에티켓이나 매너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진정한 예의는 사랑과 존중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다. 예의는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예의는 마음의 에너지를 담아 표현하는 것이다. 예의는 갖추지 못하여 생긴 참사가 있었다. 고려 시대 무신의 난이 일어난 결정적 원인은 무신에 대한 천대였고 한마디로 상호 존중하는 예의가 없었다.

고려 사회가 안정돼 가면서 문벌 귀족의 향락 풍조가 심해질수록 무인에 대한 무례는 더욱 심해졌다. 인종 때는 문벌 귀족의 최고 권력자인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이 나례희때 정중부의 수염을 태워 정중부가 화를 내자, 도리어 김부식이 인종에게 요청해 정중부를 벌한 일도 있었다. 이 같은 사례가 계속되자 정중부를 비롯한 무신들의 불만이 커 갔다. 예종과 문신들이 보현원으로 행차하던 중에는 나이 든 대장군 이소응이 젊은 문신과 오늘날 태권도와 유사한 오방수박희를 겨루다 패한 일이 있었다. 이때 젊은 문신 한뢰가 이소응의 뺨을 때려 무신들의 분노를 샀다. 무신들에게 원한을 산 김돈중과 한뢰는 무인들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말 한마디의 톤 얼굴표정 몸짓 하나하나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진정한 에너지가 아니라면 상대방은 금방 그 에너지를 느낀다. 마찬가지로 마음과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참다운 예의는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감동하게 한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누구든지 예의로 대해야 한다. 적어도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라면 예의 바른 이에게 대놓고 화를 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존중과 사랑의 마음이 없으면 가슴부터 황폐해진다. 겉으로는 아무리 깍듯하게 대해도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으면 결국 인간관계가 소원해진다. 상호 존중의 관계에서 예의를 갖추는 관계는 영향력 있는 양질의 효과나 결과가 나오나 무례한 경우에는 머지않아 관계가 소원해진다. 나라와의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우리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는 미국을 상전 모시듯 모셔왔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가 너무도 가난했고, 두 번째는 언제 우리가 공산화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었고 세 번째는 이 풍요를 감싸줄 원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감사함과 안도감을 준 미국은 우리에게 그간 우리에게 큰 형님처럼, 큰 집 어른처럼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미국은 세계를 경영해나갈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다행히도 버텨주는 것은 군사력이다. 그런데 그 군사력도 동양의 한국을 멀리하고는 지탱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자존심 상하지만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 태도에 놓인 것이다. 자 그러면 진정 아쉬운 쪽이 어느 곳인가. 답답한 쪽이 우물을 파야 한다면 적어도 우리에게 이제부터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이제 미국은 우리에게 상호 존중과 사랑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얼마 전 바이든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우리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맞이하였다. 우리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일본에 밀리던 대우가 일본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였고 그것은 이제 아시아에서 우리가 선두라는 자존감도 생기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삼성 반도체 공장을 우리가 유치하면서 미국경제를 도우려는 것도 다 상호 존중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의 바이든이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우리의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면서 28일(현지시각) 열린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갈라 만찬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려고 늘어서려 할 때 그 유명한 악수 장면에서 바이든은 무례를 범하고 말았다. 손은 우리 대통령에게 향하고 눈은 다른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눈이 떠난 악수는 할 수 없이 한다는 의미이고 무례가 아닐 수가 없는 태도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미국이 우리를 계속 대하다 보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른다. 개인의 관계는 국가와의 관계로 확대되며 아주 작은 불찰과 불성실, 그리고 예의 아닌 무례는 큰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런 원리를 안다면 바이든을 가진 미국은 우리나라의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예의를 가지고 대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인을 지금도 예의를 갖추고 대하고 있다. 상호 그런 자세가 미국다운 처세이고 우리와 지속 가능한 사이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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