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인생은 만남이다
현장칼럼-인생은 만남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10 16: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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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
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인생은 만남이다

태어나면서 우리의 삶은 수많은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부모와의 만남, 형제 간의 만남, 부부와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스승과의 만남, 동료, 이웃과의 만남, 예술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 책과의 만남, 위인과의 만남, 이런 만남이 오늘의 나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만남의 결과물이 나다.

만남에 대한 일본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이야기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풍요로웠는지를 따지는 척도는 그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다양한 만남을 가졌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만남은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자연과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일들을 비롯해 영혼, 정신, 사상과의 만남도 포함된다"

이렇게 중요한 만남은 우연이나 인연으로 설명할 수 없다. 노사연의 노래 가사처럼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인연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만남은 의도적이고 섭리적이다. 그냥 어쩌다가 우리의 만남이 이루이지는 것이 아니다.

건축가 송효상의 수도원 순례기인 <묵상>에 나오는 글이다. 인연을 설명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면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 되려면 500겁이 쌓여야 한다. 한 겁은 우주가 생성되어 소멸할 때까지의 시간이며 43억 2천만 년이라 했다.

이는 사방 4킬로미터의 바위섬에 선녀가 1년에 한 번 내려와 옷을 스쳐서 섬 전체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니 어마어마하다. 한데 시간의 500배가 지나야 이 세상에서 서로 모르는 이들끼지 옷깃을 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와 하루동안 길을 동행할 인연은 2000겁이 걸린다고 하며 하룻밤을 한집에서 자는 인연은 3000겁을 쌓아야 이루어진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고 오랜 세월 공들인 결과요 신의 위대한 섭리와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느 만남이든지 다 소중하다는 뜻일게다. 만남에서 시작된 나의 삶은 숱한 만남으로 엮어가면서 그 모든 만남의 완성인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 어떤 만남을 통해 인생을 의미있고 풍요하게 하고 또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된다. 유익한 만남과 해로운 만남이 있지만 어느 만남이든지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을 형성하며 그 인생의 일생을 이어간다.

만남에는 크게 세 종류의 유익한 만남이 있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요 좋은 책과의 만남이요 길어야 겨우 백 년을 넘기지 못하는 유한한 인간이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만남은 기적을 창출한다는 뜻의 시가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란 시에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나와 너가 되어 만나기 전에는 하나의 물체에 불과한 채로 있지만 생명을 부여하고 빛깔과 향기를 주는 바로 그 만남이 생명을 탄생시킨다. 만남이 없이는 언제나 하나의 물체로 머물 수 밖에 없다. 만남은 사건을 일으키고 생명을 부여하고 꽃을 피운다. 그래서 만남은 우리의 소원이 되어야 한다.

해인사 손님방 백련암에서 하룻밤 머물며 성철 스님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허락 되지 않았다. 당시 스님은 어린아이들은 조건 없이 만나주셨지만 일반인이나 신도들은 부처님께 먼저 삼천배를 하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았단다. 말이 삼천배지 삼천배를 하려면 며칠이나 걸리고 아파 드러누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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