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00시대 절반을 되돌아보자
칼럼-100시대 절반을 되돌아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11 17:1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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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100시대 절반을 되돌아보자

나만 잘하면 되고, 나만 똑똑하면 되고, 나만 성실하면 되고, 쉼 없이 달리면 먼저 도착할 줄 알았다. 먼저 도착하면 더 많이 쉴 수 있고 더 즐거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죽도록 일해도 빚 없는 인생이기가 쉽지 않았기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늦게야 실감하게 되었다.

공자께서는 마흔에 세상의 흔들림으로부터 벗어나 불혹(不惑)이 되셨다는데, 2500년 전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우리는 어찌하여 오십, 육십이 되도록 먹고사는 문제조차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심하고 있는가? 똘똘한 집 한 채에 인생이 걸려, 제대로 된 취미 생활 하나 못하면서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하는 자신이 미워지기도 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도 인생 절반 오십의 하프타임에서 지천명(知天命)의 세대는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퇴직·실직·전직·이직·실패·부도·조기은퇴, 명예퇴직, 건강 등 뭐 하나 긍정적인 게 없지만, 그냥 주저앉기엔 너무나도 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도전과 선택, 변화 앞에서 머뭇거리며 주춤하고 있지나 않는지…? 자신감은 떨어지고 부담감은 가중되는 압박 속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무튼 흘러가는 세월을 인력으로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숨 막히게 달려왔던 경쟁의 속도를 줄이고, 인생 후반 목표와 함께 균형 잡힌 삶, 주도적인 삶, 성숙한 삶, 공감하는 삶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혹여 지금까지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나였는지 아니면 타인이나 외부 조건에 있었는지 찾아야 한다. 지금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다면 타인에게서 원인을 찾고 싶기 때문이며, 핑계를 대고 싶다면 자신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길은 쉽다. 등산도·공부도·사업도·인생도 마찬가지지이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단 한 발도 나가지 못한다. 내가 풀지 않으면 바로 주저앉아야 한다.

‘논어’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2500년 이상 내려오면서 ‘논어’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준책도 없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논어’를 읽고 인생을 바꿨다고 한다. 경영자는 경영원리를, 정치가는 정치 기본을, 리더는 리더쉽을 배웠다고 했다. 인생의 절반쯤에서 읽는 ‘논어’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인생의 절반쯤에서 하는 변화가 진짜 변화, 진짜 선택이기 때문이다. 子曰(자왈) 人無遠慮必有近憂(인무원려필유근우):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늘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 원려(遠慮)는 목표이며 간절한 꿈이며 중장기적 목표하고 할 수 있다.

근심걱정 없는 시대는 없었다. 왕이나 백성이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고관대작이나 평민이나, 자식이 많은 집안이나 자식이 없는 집안이나 근심 걱정 없는 시대는 없었다. 목표가 분명하다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미래가 있고 희망이 보이면 더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전반이야 여러 제약 때문에 내 마음대로 살 수 없었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인생 후반은 다르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정해 준 대로 살아야 하게 된다. 즉 끌려가는 후반전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 후반은 잘해도 내 탓 못해도 내 탓이다. ‘처음이라서’, ‘미숙해서’라는 핑계를 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스물의 미숙함, 서른의 치열함, 마흔의 흔들림도 줄어든 인생 절반은 일관성 있는 일을 시작하기에는 좋은 시기이다.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해 왔던 것은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덮어 두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의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는 남겨 두는 것도 전략이다.

누군가를 만나 감정이 많이 상한다면 만남의 기회를 줄여야 한다. SNS에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된다면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인생의 절반쯤까지는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누군가가 아닌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 지난 50여년을 ‘나’중심으로 살았다면 다가오는 50여년은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지난 50여년을 돈만 되는 일을 하며 궁색하게 살았다면, 다가오는 50여년은 사람을 찾아 함께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걸 목표로 살아야 합니다. 인생 100세 시대 인생 절반쯤에서 하는 선택이 진짜 선택이다. 절반을 잘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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