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오해가 풀린 이름 2
도민칼럼-오해가 풀린 이름 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17 16: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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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석/시인
윤창석/시인-오해가 풀린 이름 2

문중의 장손이라며 사주에 맞게 좋은 이름을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아이의 사주를 풀어 보니 상충(相沖)에 파가살(破家煞)등 좋지 못한 액살과 단명 운이 있었다.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었다가 만일 단명하면 이름이 잘못되어서 그렇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생겼다. 그렇다고 하면 어쩌나 사주가 나빠서 못 짓겠다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며칠을 고민하다가 나쁜 사주를 이겨나갈 만한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름 짓는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하루에도 한 두 사람의 이름이나 상호를 짓게 되었다. 그 일로 인해 수입도 괜찮았다. 동료 직원이나 친한 사람들은 돈을 받을 수가 없다. 술이나 밥으로 대접 받기도,하고 내의나 와이셔츠 같은 것을 선물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명에 파가 살이 든 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한글도 모르고 장난이 심하고 사고뭉치라서 용하다는 작명가에게 물어 보니 이름이 잘못되었다며 항의를 한다. 그 아이의 사주와 이름을 다시 감정해 봐도 공부를 못할 이름은 아니었다. 그 아이 아버지는 아주 못마땅한 어조로 한 달이 멀다고 찾아와서 항의를 하는데 빛쟁이에게 당하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 직장을 그만 두고 싶을 정도였고, 그 사람이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또 무슨 말을 하려나 걱정스러웠다. 그 일이 있고 부터는 직원들이나 친한 사람들의 이름 부탁은 거절했다. 이름 짓는 것이 겁이 났다. 지금 같으면 개명이 쉽기 때문에 이름 잘 짓는 작명가에게 좋은 이름 지어 개명하라고 하면 되지만 당시는 개명은 어려웠다.

80년대 초반에 문민정부의 데모가 한창일 때 노점상 철거를 한다고 온몸에 기름을 끼얹고 시내 중심가 거리에서 분신자살 소동을 벌이는 사나이가 있었다. 길가에 있는 노점상을 철거하여 교통에 지장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옮겨 주었는데도 못 가겠다며 버티다가 분신 소동을 벌였다. 대로변 인도에서 포장마차 불법 점포를 하면서 마치 정당한 것처럼 날뛰었다 그 배후에는 민주화 운동이니. 뭐니 하는 단체가 부채질을 했다 생계문제를 해결하라며 억지를 쓴다. 맨정신 으로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었던지 사나이는 술에 취해 있었고 여자는 뒤따라 다니며 “당신이 죽어야 열사가 된다. 당신이 죽어야 우리같이 못사는 사람이 살 수 있다. 위대한 사람이 되어라” 하면서 죽기를 원한다. 여자는 성냥을 사나이에게 주려고 발버둥이다. 공무원들이 그 짓을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사나이는 길 복판에서 기름을 뿌린 몸으로 시위를 한다. 사나이와 여자는 온갖 욕설을 다 퍼붓는다.

어느 사이 여자가 사나이에게 성냥통을 던져 주었다. 소방 공무원들이 그 성냥 통을 빼앗으려 하였지만 사나이 몸에는 이미 불길이 붙었다. 대기 하고 있던 소화기로 불을 끄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였다. 끔직한 광경을 보고 떨고 있는데 내 어깨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만나기만 하면 이름 때문에 항의하던 그 사람이었다. “선생님 저 좀 봅시다.”하며 내 손을 잡아 끈다. 분신 소동의 불안에서 떨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나를 잡아 당긴다. ‘아차 이제 끝장이 나겠구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따라 갔다. 말도 없이 통닭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사십대로 보이는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멋쩍어한다. 짐작컨대 오늘은 부인까지 동원하여 공격을 하는구나 잘못 걸렸다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모면 할까 하는 생각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선생님 이 자리에 앉으시오. 저 집사람입니다.”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같지 않는 표정들이라 다소 안심 되긴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잔뜩 긴장을 하고 그들 부부의 앞자리에 조심스레 앉았다 ,술이나 한잔 받으셔요“ ”미안하다니 무슨 소리야“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들 부부가 따라 주는 술을 연거푸 몇잔 마셨다. 술의 힘을 빌리고 싶어서다. ”선생님이 지어 준 이름이 이제야 발효가 되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사학년까지 한글을 몰랐는데 오학년이 되니 한글뿐 아니라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육학년 때는 우등생이 되었고 지금은 중학교에서 장학생입니다. 그동안 선생님을 원망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래서 오늘 우리 내외가 이 자리를 마려했습다” 한다. 그제서야 긴장된 몸이 풀렸다 이름이 좋아 성적이 좋다니 안심이 됐다.

이름값이라며 봉투를 준다. 나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 이름 때문에 당한 괴로움으로 정신적 상처가 컸다. 그런 돈을 받아 어디에 쓰겠나, 기분이 좋은 돈 아니면 수억 만금이 굴러 들어와도 받고 싶지 않다. 오해가 풀린 것만으로 족했다. 아이는 계속 좋은 성적으로 공부를 잘 하고 그 사람은 과장으로 진급을 하고 가정 형편이 잘 풀려 나간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 애가 성인이 돼서 이름 때문에 출세한 것을 알까? 이름 짓기가 겁난다. 잘되면 자기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하듯 잘못되었을 때 이름 지어준 나를 탓할 것같다. 사주에 맞는 좋은 이름을 짓기도 어렵다 선천적인 사주보다 후천적인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번 이름을 통해서 많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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