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작심 발언
도민칼럼-작심 발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28 12: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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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작심 발언


사랑하는 아내와 고마운 어머니 사이의 아들 심정이 이랬을까? 굳이 편을 나누고 싶지 않은데 분명 다른 처지인 것은 맞는 사람들 사이의 운신처럼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 나는 불편하다. 세상에는 여성과 남성이 있지만 사람이 있다. 성(性)의 개념으로만 세상을 보면 나누어지고 나누어지면 대립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문학도 예술도 모두 그 시각 안에 가두려는 치들이 나타나고 김수영의 <죄와벌>에서 우산대로 아내를 때려 눕힌다는 싯구는 여혐이 된다. 이런 시각을 나는 정상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자꾸 나눠서 부추긴다. 단체나 같은 생각을 가진 모임에서 주장하는 것은 자유국가에서 뭐라고 할 일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 부추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국민의힘>에서 들고 나온 것이 여성가족부 폐지이다. 한부모가족, 위기청소년 등 취약계층 지원 확대, 1인가구 노인가구 증가 등 가족형태 변화 적극 대처, 성희롱 성폭력 등 피해자 대책 강구에 이어 조속한 여가부 폐지 로드맵 마련을 지시했다는데 위에 나온 사업들이 여성가족부의 일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라 하고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마도 여성이라는 말이 걸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가족부의 명칭 변경안을 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제는 성희롱 성폭력이 여성만 당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옳지만 이 지시가 자칫 여성과 남성의 대립으로 이어질까봐 걱정이다.

어린 시절, 다행히 딸이라고 차별 받지 않고 살아왔지만 세상은 달랐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처럼 가까운 이들이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모습은 숱하게 보며 자랐다. 세상은 남성위주였고 가부장이 지배했다. 당연히 젊은 날에는 여성운동을 지지했고 한동안 여성인권센터 일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런 어머니 세대를 두어서인지 아이들은 달라졌고 우리 사회도 많이 변했다. 아직까지 꼰대 남성들의 적응이 요원하지만 대놓고 남녀차별을 하면 비난받는 사회다. 그러나 여성의 눈으로 보면 아직 멀었다고 할 터이고 남성의 관점으로 보면 어느 정도는 충분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수치를 재는 측량이 아니기에 세상의 일은 정확한 기준이 없으니 각자의 처지에서는 불만이 있을 것이다. 지금 10대, 선거를 할 수 있는 20대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는 세상이다.

국가는 늘 위기라는 말을 잘 사용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실제 전쟁이 나고 있고 신냉전체제가 될 지도 모르는 위기 시국인 것은 맞는 듯하다. 광고 문구처럼 ‘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의 국가적인 기로에 서있는데 여성가족부 폐지가 무엇이 그리 급한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여성과 남성의 성(性)대립을 이용하는 정치세력이 불편하다. 이준석씨나 박지현씨 정의당의 일부 의원들 모두 인간에 대한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 대선, 지역으로 나누어진 대립도 여전한데 여성과 남성까지 겹치니 우리사회에 중간 접점은 있는 것인지? 이성적이고 따뜻한 인간이 그립다. 사람의 향기가 나는 이는 없고 정치적인 노선만을 주장하는 남자여자만 가득한 형국이다.

최고 자살율과 최저 출산율인 우리나라는 영국, 일본처럼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신설이 사실 시급하다. 그러나 더 많은 원인으로 미래 사회를 우울하게 보기 때문에 포괄적인 의미의 국민행복부(Ministry for Happiness)가 맞을 것 같다. 여성가족부는 국민행복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솔직히 남성과 여성이 어디 있는가? 재력과 권력이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우위이고 찌질한 남성이 남성임을 자랑할 뿐이다. 영화 대사처럼 ‘뭐시 중헌디?’ 겉은 멀쩡하고 속은 곪아가는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하여 대립적인 시각이 아닌 서로 다 같이 평등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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