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오늘도 꽃은 피고지네
현장칼럼-오늘도 꽃은 피고지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28 16:4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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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총국 국장
최원태/창원총국 국장-오늘도 꽃은 피고지네

신작로 가에 바닥에 달라붙은 식물에서 깨알 같은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음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났다. 야생의 첫 꽃을 본 것이다. 그 춥고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드디어 생명의 꽃이 피어났다.

길가 잔디 위에 핀 그 꽃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산에 오르면 바위와 거목이 버티고 선 짙은 숲에서 기름진 땅도 아니고 햇빛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꽃을 피워내는 능력이 신기하다. 시인 소월은 산꽃의 기품을 노래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가을봄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그의 표현대로 산에도 꽃이 피고 여름에도 피고 저만치 떨어져 홀로 핀다. 그래서인지 산에서 만나는 꽃이 반갑고 정겹다. 길가 잡초 속에서 핀 이 꽃을 시작해서 이 봄에도 매화 산수유 개나리 목련 벚꽃 철쭉 진달래 라일락 그리고 할미꽃 등이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나 보란 듯이 피어나기를 경쟁할 것이다. 자연은 신비롭게 꽃을 피운다.

눈부신 인생의 꽃을 어떻게 피울 수 있을까? 고난과 시련의 혹한을 거친 뒤에야 꽃이 피워진다. 꽃이 주는 교훈이었다. 조그마한 어려움에 좌절하고 의기소침하는 우리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드디어 소생하는 꽃들을 다시 생각게 한다. 인격체는 아니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의 3월 령이 있다.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 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 우리네 집 베란다나 마당에 야생화 몇 그루 없는 집이 없을 거며 분재도 한두 개 있을 것이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백화가 난만하는 봄이 다가왔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보자. 봄에 피는 꽃, 가을에 지는 달, 뜨거운 여름을 식히는 시원한 바람, 겨울을 감싸는 눈을 음미해 본다. 풀이 자라는 모습을 봐도 좋고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봐도 좋다. 이 모든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최고의 선물이다.

맨땅,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나온 생명의 씨앗에서 꽃을 피워내는 그 힘은 신비롭다. 꽃을 피우고 피어날 꽃은 누가 보든 말든 자기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하늘을 향하여 피어 있다가 때가 되면 시들어 열매를 맺는다.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은 "한 송이 꽃은 남에게 봉사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할 필요가 없다. 오직 꽃이기만 하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 사람의 존재 또한 그가 만일 진정한 인간이라면 온 세상을 기쁘게 하기가 충분하다"라고 했다.

꽃이 피어나게 하는 자연의 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이 봄에 품어본다. 자연의 기적을 우리가 꽃을 통해 본다. 흙 속에 씨앗 한 알이 심어지면 그것이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 한 알갱이 안에는 대지 전체에게 양분이 될 모든 에너지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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