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도민칼럼-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03 17: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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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지구촌에 70억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지만, 어느 나라 누구를 막론하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내가 어린 나이인 10년 안팎 살았을 때인 초등학교 다닐 때다.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친구들처럼 부잣집에 태어나고 싶은 막연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이유는 두메산골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다. 어린 나이였지만 다른 친구들이 입고, 신고 다니는 옷차림을 보면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나는 늘 열등의식에 빠져 있었다.

4학년이 되고 고학년이 되면서는 꾀꼬리처럼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노래 잘하는 친구를 한없이 부러워했고 음악 시간만 되면 심한 스트레스에 빠졌었다. 이 때문에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황혼 길에 들어선 나에게 초등학교 때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단연코 음악 시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지 누가 묻기라도 한다면 첫째는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고 두 번째가 부잣집에 태어나고 싶다고 말할 테다.

이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음치로 태어났던 나는 노래 부르기에 소질이 없었으며 듣는데도 별로 취미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음악 시간만 돌아오면 괜스레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 콩닥거렸다. 오늘은 제발 나에게 노래를 시키지 않았으면 하고 맘속으로 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키가 작은 탓으로 언제나 앞자리에 앉은 나는 음악 시간만 되면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외면하고 있으면 영락없이 나를 맨 먼저 불러내어 노래를 시켰다. 남자라는 체면 때문에 거부하지 못하고 모내기철에 나이 많은 늙은 암소가 무논에 억지로 끌려나가듯 친구들 앞에 서야 했다. 선생님의 오르간 반주에 맞춰 지정해 준 노래를 부르면 음정 박자가 무시 되는 건, 그렇다 쳐도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양 늦가을 바람에 사시 나뭇잎이 떨어대듯 하는 바람에 제대로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나는 꾀꼬리처럼 노래 잘하는 친구가 부러웠고 죽었다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음악 시간에 깊은 산속 옹달샘 노래를 시키든 산골짝에 다람쥐를 시키든 자신 있게 아무 노래나 잘 부르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꿈이었다. 이처럼 인기가수가 되는 허황된 꿈을 오랫동안 꾸고 있었다. 그때가 겨우 10살 남짓 때였으니 어쩌면 최연소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노래 부르는 재주도 없고 음악 감상취미도 별로 없는 나였지만 우리나라에 내로라하는 트로트 가수인 이미자, 나훈아, 남진씨처럼 인기스타가 출연한 방송이라면 시청한 적은 있다. 그렇지만 음악에 소질 없는 나는 가요나 팝송, 판소리 창이나 국악프로그램은 아예 쳐다보지를 않았었다.

이런 나에게도 나만의 18번지 애창곡을 갖게 되었던 계기가 있었다. 모 방송 가요무대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원로가수 한 분이 ‘불효자는 웁니다’를 어찌나 감정이 북받친 음성으로 부르든지, 내 맘에 와 닿았다.

‘불러 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이 노래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 양 각 방송 채널에서 부르는 모습을 보고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은 요동쳤다 어머니에게 효도를 다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속으로 울며 따라 부르다 보니 노랫말도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난 후 2차 뒤풀이하기 위해 노래방을 갔다가, 선곡을 권하는 바람에 ‘불효자는 웁니다’ 노래를 선곡해 불렀었다. 술도 한잔했던 터라,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를 상상하며 감정을 가미해 불렀더니 음정 박자가 어느 정도 맞아가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노래방에 갈 때마다 이 노래만 불렀으니 어느덧 나의 18번지 노래로 자리 잡았다.

노랫말처럼 부모님께 생전에 효도 다 하지 못했던 걸 후회하며 사는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부잣집에 태어나고 싶은 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멋들어지게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리고 부모님에게도 지극정성으로 못다 한 효도를 다 하리라고 다짐하며 ‘불러 봐도 울어봐도 불효자는 웁니다’, 노랫말을 중얼거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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