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격세지감(隔世之感)
진주성-격세지감(隔世之感)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04 16: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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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격세지감(隔世之感)

사람들의 인내성은 환경과 여건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기에 요즘 연세 높은 어른들이 옛날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며 “옛날 우리는 어땠는데”하는 말씀을 하면 ‘꼰대’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은 ‘옛날 우리의 시대처럼 꼭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요즘 사람들이 너무 편한 것만 찾고 인내심이 없으며 예의 도덕이 실추되었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이다.

사실 지금이야 얼마나 살기 좋은 천국 같은 세상인가. 모 대학교수는 “지금 세상은 아무리 못사는 사람이라도 중국의 진시황이나 조선시대 임금님보다 더 잘 먹고 잘 산다.”라고 했다.

산업화와 기계화가 되기 전 불과 7〜80년 전만해도 농경사회였고 농촌 실정은 참 어려웠다. 시골 중학교를 다니려면 비포장도로 자갈길을 20리 30리 걸어 다녔고, 지나가는 버스가 있어도 차비가 없어 타지 못했다.

대부분 어머니들은 물동이에 샘물을 길러 머리에 이고 와서 마셨으며, 부엌에서 불을 때어 밥을 지으며, 빨래는 한겨울이라도 강가에 나가 얼음을 깨고 했으니 그 열악했던 환경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들은 지금쯤이면 3벌 논매기를 할 시기인데 펄펄 끓는 듯한 무논에서 웃자란 벼 잎이 얼굴과 목을 긁어 상처를 주어도 참고 이겨내었다.

선풍기도 없고 냉장고도 없고 가스레인지도 없던 시절이었고 봄이면 양식이 떨어져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보리 고개를 넘었던 처절했던 시대였다.

지금이야 안 가봐서 모르지만 천당 극락이 이보다 더 좋을까. 문밖에만 나서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고, 자가용도 남편과 아내, 자식 등 제각각 있고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수돗물이 나오고, 밥이 되고 선풍기에 에어컨에 휴대폰에 세탁기에 TV 등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보리 고개니 초근목피니 하던 시대가 7〜80년 전인데, 너무 잘 먹어 성인병이 두렵고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에서 너무 많이 먹어 살을 빼는데 돈을 투자하는 세상이니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에어컨 밑에 앉아서 더워서 못살겠다. 조금만 추워도 추워서 못살겠다. 조금만 운전해도 피곤하다 등 도대체 얼마나 편해야 만족할까.

소위 젊은이들이 말하는 꼰대들은 6,25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오뚜기처럼 일어섰고 민족중흥을 위해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서독의 2,000m지하에서 석탄을 파고, 작열하는 중동의 태양아래 건설의 역군으로 몸이 으스러지도록 땀 흘리며 노력하였다. 또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바친 피와 목숨의 대가로 오늘의 조국건설이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꼰대라고 결코 폄훼하지 말라. 그들의 희생으로 오늘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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