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돈이면 모두 해결 될 줄 알았다
칼럼-돈이면 모두 해결 될 줄 알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08 17:1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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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돈이면 모두 해결 될 줄 알았다

학업을 마치면 누구나 일을 시작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빠르거나 늦기는 해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남자나 여자나 도시 사람이나 시골 사람이나, 미혼이나, 기혼이든 독립해 살아가려면 일을 해야만 한다. 특히 결혼하고 가족이 하나둘 늘기 시작하면 직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월세도 가슴 뛰는 행복이지만, 시간이 가며 전세가 필요한 이유가 넘쳐 나고, 자기 집이 필요한 이유가 너무도 많아짐을 절감하게 된다. 은행 융자금이 집값의 반이 넘어도 생애 처음으로‘내 집’을 장만 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 뛰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을 만큼 흥분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잠시일 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 없는 인생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아내 혼자 병원에 보내 놓고 상사 눈치가 보여 외출도 못하고 직장에서 끙끙 대고 있었던 일,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는 6년 동안 여섯 번의 운동회가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던 일,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도 참석하지 못했던 일, 일주일에 단 하루 일요일도 한 달에 겨우 두 번밖에 쉴 수 없었던 일, 휴일이면 놀러 가자는 아이들의 간절한 요구를 내치고 피곤함에 잠만 자야 했던 일. 힘들지만 월세를 지나고 전세를 지나 새 집에 입주하면 그동안의 미안함과 소홀함을 다 이해받고 박수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멋진 차와 내 집만 있으면 그동안의 소원함을 메워 줄 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면서 중년을 보냈다.

재화만사성(財貨萬事成) 즉 돈이면 모든 걸 해결할 줄 알았다. 행복에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많은 것을 희생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직장이 1순위, 가족은 2순위, 내 꿈은 3순위가 되어 어느덧 직장에서 은퇴할 나이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쪼들리는 생활이지만 가만히 되돌아보면 인생사 재화만사성(財貨萬事成)도 중요하지만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돈이 있으면 삶이 편안하기는 하겠지만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정이 화목해야만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오래된 격언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가정이 화목해지려면 먼저 근자열(近者說)이 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배우자와 화목해야 한다. 아이들과 문제가 없어야 한다. 부모님의 사랑과 형제자매들의 우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두가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하루만 떨어져 있어도 못 살 것 같이 보고 싶어 결혼한 사람도 수십 년 화목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 때문에 남몰래 눈물 흘린 적이 또 얼마였던가! 언제나 곁에서 지켜 줄 것만 같았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그동안의 불효에 가슴이 미어진다. 좋았던 형제간의 우애도 유산상속의 갈등을 거치면서 서먹서먹해지기 쉽게 된다. 그래서 재화반사성(財貨半事成)이란 말이 생각나게 된다. 즉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건 반 밖에 되지 않는다. 돈이 다가 아니었다는 걸 나이 들어가면서 더 알게 된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형제는 형제대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월급이 하느님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된다. 이럴 때면 공허가 찾아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의(義) 좋았던 형제들도 부모 장례식이 끝나면 서서히 갈라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마음속으로야 우리 형제들은 다른 집안의 형제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상속 문제가 현실이 되면 별수 없다는 걸 깨달으며 인생이 씁쓸해 진다. 돌아서면 후회 하지만 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자신을 보며 힘없이 삶을 되돌아본다. 남편이 화를 내면 아내가 불편해 지고, 아내가 화를 내면 남편 역시 불편해진다. 누가 화를 내든 아이들은 몇 배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화를 내며 출근하면 직장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부부가 화목하면 가화만사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시끄럽다. 초나라 변방의 경대부(卿大夫)였던 섭공(葉公)이 오랜만에 초나라를 방문한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물었다.‘근자열(近者說) 원자래(遠者來)’즉 가까이 있는 사람이 기뻐하고, 먼 곳의 사람이 찾아오게 하는 것. 이라고 했다. 가정이나 국가경영이나 교훈이 되는 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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