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28세 노동자 죽음 법은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현장칼럼-28세 노동자 죽음 법은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16 17: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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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형/특별취재부장(국장)
차진형/특별취재부장(국장)-28세 노동자 죽음 법은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지난해 6월, 1박 3식으로 널리 알려진 거제 이수도 테마 트레킹코스 조성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굴삭기 기사인 28세의 故 노치목 노동자가 숨졌다.

고인은 사고 당일 작업을 마무리하고 굴삭기 버킷에 117kg여의 작업도구를 싣고 사무실 복귀를 위해 폭 1.2m의 등산로에서 붐대를 회전시키다 중심을 잃고 1.5m 아래로 전도되는 굴삭기의 붐대에 좌측 복부 부분이 눌렸다.

고인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장, 폐 등의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 했다.

고인을 죽음으로 이끈 공사는 2019년 거제시 어촌뉴딜300사업 시설공사로 한국어촌어항공단이 발주하고 사천시 소재 I건설이 수주했다.

고인은 2남 1녀의 장남으로 어머니에게 한 달만 일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지키지 못했다.

이에 고인의 어머니와 민주노총 경남지역 본부는 사고 발생 후 즉시 신고 등의 조치가 없어 故 노치목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산업재해 은폐 등을 주장하고 있다.<본보 8월 11일 4면 보도, 민노총 경남본부, 故 노치목 노동자 사망 진상 조사 촉구>

또 피고인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수사기관에서는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재 은폐 혐의를 조사했던 노동청은 “수사의견서에는 산업재해를 은폐하려고 했던 걸로 보인다” 라고 했지만 “사고 당일 신고가 되었고 은폐를 시도한 정황만으로는 산재 은폐로 볼 수 없다” 결론을 내렸다.

법적으로 이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인의 유족과 민주노총 경남지역 본부는 산업재해를 은폐하려 했던 그 시간에 재빠른 신고 등의 조치가 있었다면 故노치목 노동자는 죽음이 아닌 삶을 되찾을 것이라고 울부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I건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현장 소장이었던 I건설의 A부장에게는 업무상과실 치사 혐의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양형 이유는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A부장은 동종 범행이 없고 故 노치목 노동자는 숙련된 굴삭기 기사로서 버킷에 작업도구를 싣고 이동하는 경우 중심을 잃고 전도될 위험이 있음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 했다.

피고인들이 재해자의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적은 금액이나마 공탁을 하는 등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과연 고인이 위험을 인지했다면 이동하는 버킷에 중심을 잃은 만큼의 무거운 작업도구를 싣고 이동을 했을까.

당시 현장에는 근로자의 안전 등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현장 소장이었던 A부장은 없었다고 밝혔는데 만약에 A부장이 현장에 근무하고 있었더라면 사고발생 전 고인에게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을까.

피고인들이 재해자의 유족을 위해 1심 재판과정에서 공탁금 2000만원을 예치했지만 고인의 어머니는 이 공탁금을 찾지 않았다.

고인의 어머니에 따르면 지금껏 I건설 직원 1명과 A부장이 함께 단 한번 찾아와 위로의 말을 전했고 그 이후로는 직원 1명이 고작 2차례의 전화로 위로의 말과 위로금의 이야기만 있었다.

I건설의 대표와 A부장은 역지사지로 내 자식이 이와 같이 죽음을 맞이했다면 단 1번의 방문, 2차례의 전화로 자식을 가슴에 품은 그 마음이 어찌 풀리겠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합의과정과 합의 유무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하여 판결을 해야 할 터이다.

한편 故 노치목 노동자의 사망 사건 2심 재판은 검찰의 항소와 피고인들의 항소로 차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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