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자세에서 벗어나자
아침을 열며-골프, 자세에서 벗어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18 17: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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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 자세에서 벗어나자

중부 지방의 폭우(暴雨)에 남부 지방은 폭염(暴炎)에 날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잠잠했던 코로나19 또한 전국적으로 다시 기승을 부릴 추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지역 진주만 하더라도 확진자가 연일 수백 명에 이르고 있으니 쉽사리 그 추세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 전에 자주 했었던 손 씻기와 손 소독 등의 방역 활동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라 다시 한번 더 경계의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

최근 남부 지방의 폭염과 휴가철 덕분인지 골프장에 내장객(內場客)이 뜸하다. 필자(筆者) 또한 자주 가던 골프장에 거의 한달 만에 가서 운동을 했다. 역시나 텅텅 빈 주차장에, 앞뒤에 다른 팀이 없어서 오랜만에 여유롭게 일명 ‘황제 골프’를 쳤다. 오늘도 골프장으로부터 오는 ‘잔여티 알림’ 문자 안내는 쉴 새 없이 울리고 있다. 실제로 2부(11:00 ~ 13:00 사이 운동 시작함)에서의 운동 시작은 폭염이라 몇 홀 만에 땀으로 속옷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니 더위의 기세가 사나웠다. 동반자 중에는 유달리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골프채를 잡는 손과 손잡이(grip)에 땀이 배여 채를 제대로 잡을 수 없어서 잦은 실수를 연발하여 우리를 웃고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내기(bet)라 소리 내어 크게 웃지는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귀가 길에서 동반자들과 대화 중 골프연습장에서 거의 매일 피나는 연습하는 지인 A씨에 대해 농담반 진담반의 뒷담화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바라보는 ‘골프’라는 운동은 일단 ‘자세가 멋져야 된다’는 것이다. ‘자세(姿勢)’의 사전(辭典)적 의미는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 ‘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으로 정의된다. 더 나아가 자세의 영어식인 폼(form)은 ‘사람이 어떤 동작을 할 때에 취하는 몸의 형태’, ‘겉으로 드러내는 멋이나 형태’로 정의된다(자료: NAVER 국어사전). 그러니까 A씨는 골프공을 맞히기 위한 자세에 집중하면서 연습한다는 것이다. 실제 A씨의 자세는 보기에도 좋다. 마치 수십만 번의 스윙으로 만들어진 프로의 스윙처럼 멋지다. 그런데 문제는 자세는 멋진데 골프공은 제대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맞지 않는 공을 제대로 맞히기 위해서 거의 매일 엄청난 연습을 한다. 간혹 실제 골프장(field)에 가서 쳐봐야 한다고 조언해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더 연습해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讀者)들 중에서도 이와 같이 생각하고 죽자 살자 연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꽤나 설득력 있는 골프 연습 방법으로 들릴 수도 있다.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하고자 했던 공부도 각자의 방식으로 했듯이 말이다. 설령 오늘 공이 제대로 맞지 않더라도 내일은, 1년 혹은 10년 후 언젠가는 맞겠지 하는 심정으로 피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골프의 본질(本質)을 알고 연습하는 것이 더 지혜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골프채(club)로 공(ball)을 쳐서 가장 적은 타수(stroke)로 구멍(hole)에 넣는 경기다. 다시 말해서 골프라는 운동은 A씨가 그렇게 집중해서 만들려고 하는 ‘멋진 자세’로 평가하는 콘테스트(contest)가 아니라 ‘적은(낮은) 타수’로 평가 받는 운동이다. 아마도 자세, 동작 그리고 표현력 등이 중심인 무용(舞踊) 분야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스포츠가 타수, 점수, 기록 등으로 평가받는다. 예를 들면, 테니스 선수의 멋진 폼의 헛스윙, 축구 선수의 멋진 폼의 헛발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니 이쯤에서 자세에서 벗어나서 공을 제대로 맞히는 것에 집중해서 연습하자는 것이다. 거기다가 실제 골프장도 나가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연습하면 몸과 마음이 덜 고생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 엄청난 연습으로 공을 쳐대면서 망가지는 몸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주변의 조언도 듣고 요즘 대세인 유튜브(YouTube) 등도 보면 골프를 바라보는 혜안(慧眼)이 생길 것이다. 골프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연습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 옛날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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