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모두가 똑같은 곳에 도달할 순 없다
칼럼-모두가 똑같은 곳에 도달할 순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22 16:5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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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모두가 똑같은 곳에 도달할 순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배울 수는 있지만 모두 도(道)를 행하는 대로 나아갈 수는 없으며, 함께 도(道)로 나아갈 수는 있어도 모두 설 수는 없으며, 함께 설 수는 있어도 모두 권도(權道)를 행할 수는 없다. 자왈 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미가여립 가여립 미가여권(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 ‘논어’〈자한편〉29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대입 수험생이라면 전공과 학교 선택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종적으로는 점수에 근거해 학교와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스무 살의 선택이 다시는 바꿀 수 없는 인생의 최종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는 고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취업이라는 또 한 번의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그동안 공들인 전공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와 보면 전공이 같아도 가는 길은 다양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를테면, 전자공학을 전공하고도 공직자가 되기도 하고 배를 타는 선원이 되기도 한다. 공조직이든 사조직이든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직과 이직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헤드 헌터로부터 달콤한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반면 일 못하는 사람은 견디기가 힘들어 떠나고 싶어 한다. 적성이 다를 수도 있고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기도 하게 된다. 전직과 이직의 특징 중 하나는, 한 번 시작하면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직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함께 시작한 입사 동기들과 언제까지 함께 동고동락할지 알 수는 없다. 10년, 20년, 30년을 함께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롱런은 어찌 보면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이 들어보면서 느끼게 된다. 사십에 떠나든 오십에 떠나든 혹은 정년퇴직을 하고 떠나든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야 하게 된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0정도이니 사십에 떠나면 40년, 오십에 떠나면 30년, 육십에 떠나면 20년은 더 살아야 한다. 불혹(不惑)의 갈등 시기와 지천명(知天命)의 50대를 지나 이순(耳順)에 정년퇴직을 할 수 있다면 겉보기에 그보다 더한 축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함께 시작한 입사 동기라 해도 업무가 다 같은 건 아니다. 어떤 동기는 인사에서, 어떤 동기는 영업에서 어떤 동기는 기술 업무에서 시작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간다고 대리나 계장·과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함께 승진한 과장이라도 모두 본사의 요직에 근무하는 것도 아니며, 어렵게 승진한 동기가 되었다고 해도 모두 국장이나 임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사기업은 기업이 매년 성장한다는 보장도 없다. 국내외 경제 환경은 단 한 해도 문제없이 넘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악조건을 이겨야 부장은 임원이 되고 여러 임원 중 단 한 명 만 CEO가 된다. 그러니 어떤 동기는 대리 승진에 탈락해 직장을 떠나고 어떤 동기는 과장 승진에 막혀 이직하고, 어떤 동기는 부장 승진에 고배를 마셔 사직하고 자영업에 뛰어들고, 어떤 동기는 임원으로 몇 년 버티다가 퇴직 후 사업을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동기 중에서 단 한 명만이 권도를 잡게 된다. 정치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모두가 정치의 길을 가는 것도 아니며, 정치를 한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정치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반면 훌륭한 정치인이 된다고 해서 모두 대권을 잡지는 못한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공자의 제자가 3천에 달했다고 하지만, 그중 현자(賢者)에 다다른 사람은 72현(賢), 10철(哲)을 포함한 핵심 제자 15명 전후이고 후대에 동양 5성(聖)으로 꼽히는 공자(孔子), 안자(晏子), 자사(子思), 증자(曾子), 맹자(孟子)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경쟁의 대열에서 처졌다고 낙망하지 말자. 그 어떤 경력도 무가치하지는 않다. 졸업 후 전공과 다른 일을 시작한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조직에서 열심히 일하다 이직과 전직을 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과장이나 부장 승진에서 탈락했다고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세상의 삶이 모두 다르니 계급의 상하가 인생의 우열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똑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공자시대나 지금도 사람 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어떤 가치를 만들고자 노력하느냐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인생을 만드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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