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계노언(戒老言)
진주성-계노언(戒老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25 17: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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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계노언(戒老言)

요즘 연세 높은 어른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우받기를 좋아하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으면서,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며 오늘의 경제대국을 이룩한 공적이야 인정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른이라고 해도 반듯하고 곱게 늙어야 하며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군림하려 한다면 오히려 낭패를 당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옛날에 탕(湯)임금은 제사 때 손을 씻기 위한 세수 대야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좌우명으로 '구일신(苟日新)이어든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하라' 는 말을 적어 놓고 곱게 늙기 위한 노력을 늘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반듯한 노인으로 늙기 위해서는 이미 새로워진 것을 바탕으로 더욱 더 새로워져야하는 노력을 한 순간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면서 노인들이 경계해야 할 말인 '계노언'(戒老言)이라는 글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노인은 벼슬도 자격도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슨 특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말이다. 또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 된다. 친구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고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삼가야 하며, 무슨 일이든 남이 해 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신세타령을 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으며 남의 말에 빈정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의뢰심은 가장 삼가야 하며 일반적으로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늙었다는 이유로 대접받으면 반드시 감사를 표해야 하며, 남에게 무슨 일을 시켰으면 간섭하지 말고 조용히 지켜봐야 한다. 남이 나에게 해준 칭찬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필요이상으로 나를 칭찬하는 사람은 나의 적이고, 나에게 쓴 소리 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요 득(得)이 되는 사람이라 했다.

남을 비난하는 말을 삼가야 하며 옮기지 말아야 한다. 내가 하기 싫다고 해서 몸에 힘이 없다는 것을 핑계 삼으면 안 된다. 또 평균수명을 지나고 나서는 교단이나 선거에 나서면 안 된다. 흔히 주책없이 강의나 주례를 시켜달라고 해서 동냥강의를 한다거나 무슨 선거에 출마해 창피만 당하고 남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주위를 의식하여 입 냄새, 몸 냄새를 조심해야 하며 옛 이야기는 대충 대충 끝내야 한다. 남에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삼가야 한다. 필자도 노인인데 참 조심해야 할 것도 많고 경계해야 할 것도 많으니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참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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