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인생이 질문
아침을 열며-인생이 질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29 17: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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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인생이 질문

요즘은 역대급이란 말이 유행 한다.

역대급 불황에 역대급 저출산, 역대급 범죄와 역대급 저질 정치인, 역대급 코로나 변이종 출현 등등 끝도 없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역대급이라 지칭하여 태산 같은 걱정을 하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역대급 폭염속에서 지식이 철철 넘치고 박사학위 한 두개쯤 있을법한 철학자가 아니지만, 우리는 종종 왜 사느냐고 할 때가 있다.

처지가 불우하다가 자신을 괴롭힐 때도 있고, 타인을 비웃거나 펌훼 할 때 그러하다. 온통 하는 일이 신통찮거나, 병으로 골골하는 사람, 마약이나 도박, 음행이나 극악한 범죄자, 패륜범 등 가정이나 공동체에 피해만 주는 인간에게 그럴 수 있고, 혐오스런 노숙자를 보면 왜 저러고 살까? 고개를 젓기도 한다. 중환자병동에 안락사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생명유지 장치를 주렁주렁 단 사람도 있고 마약성 주사 없이는 한 순간도 고통을 참지 못하기도 하며 눈동자가 기능을 못 하고 듣지도 움직일 수도 없는 산송장도 있다. 비용 감당이 엄청나고 가족의 시름은 바다보다 깊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안락사 추세가 늘고 있단다. 우리나라도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지만 아직이고 연명치료는 본인이 의식 있을 때 거부하기도 하는데, 점차 많아 진다고 호스피고 도우미들이 정한다.

사회적 암적존재나 육체적 식물인간에겐 살아야 할 가치를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종교인들은 신의 영역이라 한다. 생명은 우주보다 귀하다고 말로 설명하긴 이상하지만, 필자에겐 영성의 경험이 있다. 의학의 한계를 겪은 후 산골폐가에서 마지막을 기다리던 시절에 가족을 격려차 방문한 사람들이 차라리 숨이 멎는 것이 남은 가족의 짐을 더는 것인데, 왜 가지도 않고 저러고 있을까. 쯧쯧 혀를 차며 무심코 뱉어낸 말이 그날 따라 십년넘게 산송장으로 누워 있던 나의 폐부에 꽃힌 것이다. 분명 귀로 들은 것이 아닌 마음의 울림, 영성이었다. 그로부터 말초신경이 하나 둘 깨어나고, 혈액이 돌며, 30kg이하 이던 육신이 음식을 받아들이며 서서히 살아나고 있었다. 물론 땅을 밟기 까지 수 년이 걸렸고,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었다. 생의 연장을 허락해준 것은 기적이 아닌 하나님은 은혜라고 필자를 믿고 있다. 지금도 중환자병동엔 말기 환자들이 넘쳐난다. 가족에게 짐지우지 않고 죽고 싶어도 까딱할 수 없으니 얼마나 미칠 것인가? 사람들이 왜 사느냐고 함부로 내뱉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에겐 불가사의한 영성이 분명히 있다. 왜 사느냐고?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고,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 났다. 사랑하기 힘든 사람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랑하려고 노력해 보자. 지옥속에서 살아난 필자 역시 지극한 사랑의 결과 였었다.

기독교인은 에녹파, 노아와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고 산다고 한다. 성서의 히브리서 11장 5절에서 8절에 나와 있는데,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거 한다. 그래서 기독교인은 그 두가지의 계명을 실천하며 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인생이란 삶의 강에서 시시때때로 역류가 밀려들지만 그때마다 사랑으로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사랑이 있는 곳이 천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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