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가을날 계절의 의미
현장칼럼-가을날 계절의 의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29 17: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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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총국 국장
최원태/창원총국 국장-가을날 계절의 의미

계절에 맞춰 살아야 한다. 계절의 흐름을 타고 계절과 더불어 계절의 자연과 교감하라. 계절에 순응하는 삶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월든>의 작가 헨리 소로는 14권의 일기를 남겼다.

그중의 한 대목에 이런 글이 있다.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각 계절 속에 살아라. 계절의 공기를 호흡하고 계절의 음료를 마시고 계절의 과일을 맛보아라. 각 계절의 영향력에 너 자신을 맡겨라. 계절이 너의 유일한 식품, 음료, 약초가 되게 하라" 계절을 느끼라는 뜻일것이다.

가을의 주산물은 쌀이다. 쌀은 아직도 한국인의 주식이다. 마트나 쌀가게에 가면 흔한 게 쌀이지만 자신이 농사지은 것이 햅쌀이 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 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삼켜 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어느 계절이나 그렇지만 특히 가을은 과일을 영글고 곡식을 익게 하며 오곡백과를 풍성케 한다. 가을 하늘 구름이 높이 뜨고 잠자리들이 날아다니고 따가운 가을 햇살이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들뜨게 한다. 가을의 정취가 우릴 행복하게 만든다. 오! 또 한해의 가을이 왔다.

계절마다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다르다. 가을은 우리의 살아갈 인생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봄, 여름의 무성했던 나뭇잎, 초록의 세계가 어느덧 색색으로 물들고 단풍이 바람에 날린다. 그 왕성했던 나뭇잎이 낙엽 진다. 가을의 서글픔이기도 하다. 어느덧 살아온 날들을 추억하고 회고한다. 가을의 무언의 교훈이다. 내 인생의 가을을 생각게 한다.
윤동주 혹은 다른이의 시라고 하는 가을의 시가 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에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내 인생의 가을을 잊고 살다가 계절의 가을이 다가오면 새삼스레 생각해 본다. 지나온 세월에 후회하고 실망한다. 시인 안도현은 낙엽이 지거든 인생을 돌아 볼 것을 권유한다. 아름다운 단풍이 들면 금방 떨어진다. 그래서 가을 낙엽을 기억하자고 한다. 그의 "가을 엽서"란 시가 있다.

한 잎 두 잎 나무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없다 할지라도/ 그대에게/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고 노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누리는 이 시간은 유일한 시간이다. 다시 계속되거나 반복되는 일이 없는 기가막히게 소중한 시간을 살고 있다. 아무리 지금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살아있는 순간은 아름답다.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가을날 계절의 의미, 단풍의 낙엽, 사라지는 시간의 아쉼 속에서도 아름다움의 순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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