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1)
도민칼럼-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31 17: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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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1)

자영업을 하면서 IMF 사태가 발생해 일을 접을 때까지 약 20여 년을 운전을 거르는 날은 거의 없었다.

악몽과 같았던 1900년대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2000년이 시작되면서 진주시청 사거리 솔밭 쪽에서 편의점 운영을 했었다. 아내가 차를 이용해 물건도 구매하러 다니고, 계속해서 운전했지만, 나는 집에서 가까워 차가 필요 없어 걸어 다녔었다.

10여 년 동안 가게 일을 하는 동안에 내 몸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앞머리가 많이 빠져 대머리가 된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완전 할아버지로 변해 있었다, 그중에서 나를 실망케 한 것은 눈이 몰라보게 나빠져 있었다. 젊을 때도 시력이 좋지 않았지만, 안경을 착용하면 야간에는 불편했어도 운전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십 년을 가게만 걸어 오갔던 어느 날 볼일이 있어 아내가 타고 다니는 차에 운전대를 잡는 순간 앞이 빙빙 도는 것이 아닌가. 안경을 써 봐도 앞이 빙빙 도는 것은 그대로였다. 이후부터는 운전대를 아예 잡아본 적이 없었으니 사실상 나는 이때부터 운전을 접었었다. 지금도 노쇠 현상인지 눈은 회복되지 않고 더 나빠지고 있다. 내가 운전면허를 받은 때는 40여 년 전이지만 운전은 아예 포기하고 살다 보니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시내 볼일이 있는 날이면 아예 시내버스를 탄다. 내가 처음 시내버스를 이용하던 때는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그때는 1100원이지만 현금승차 하면 1200원을 내야 했다. 현금 하대를 받는 것이 시내버스 요금 외에 또 있다. 홈 쇼핑 물건이나 주유소 기름을 살 때다. 현금보다 신용카드라야 더 싸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옛날 자영업을 할 때는 시내버스를 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 차를 타고 다녔고, 부부동반 모임이 있을 때는 아내가 운전했다. 어쩌다 나 혼자만의 모임이 있고 볼 일이 있는 날은 택시를 탔던 건 내가 수입을 올리고 있을 때라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기 싫어하는 성격 탓이다. 병원에를 간다거나 은행에 갔을 때도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것은 지루해 옆에 있는 신문이나 책자라도 들여다봐야 했었다.

내가 시내버스 이용을 자주 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버스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들 때문이다. 누구든지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잘못한 일이 없어도 좀처럼 맘 문을 열고 다가서기에 내키지 않을 것이다. 대중교통인 택시나 시내버스들이 신호 위반과 끼어들기를 하며 운전 법규를 무시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시내 운전을 해 보신 분이라면 시내버스가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랬던 일을 당해 보지 않은 운전자는 없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내가 시 외곽지역에 살 때 종종 목격했었다. 버스 안에 손님이 없을 때는 종점까지도 가지 않고 선학사거리나 말티고개 입구 삼거리서 유턴해서 돌아가는 광경을 여러 번 보기도 했다. 회사에서 정해준 배차시간 간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시내버스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은 또 있다. 작은딸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 해 아내와 같이 병원에 갈 때였다. 뒤따라오던 버스가 내 차를 추월하더니 멈칫멈칫하다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뒤 범퍼 부분을 가볍게 받은 일이 있었다. 살짝 닿기만 했던 터라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수리해달라고 하지 않는가?. 아무런 표도 나지 않기에 죄송하다, 미안하다. 했는데도 엔진이 뒤쪽에 있으므로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억지를 부리며 막무가내였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냐 하니, 그때는 상당히 큰돈인 십만 원 정도만 주고 가라고 했다. 나는 화가 치민 나머지 지금 딸아이가 병원 가야 하니 바쁘다며 보험처리를 하겠다. 고 하자, 운전면허증을 맡기고 가라 했다. 별생각 없이 운전면허증을 내주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뭘 수리를 했는지 50만 원도 넘는 수리비 견적서가 날아온 것이다.

이런 이유도 있었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항상 택시를 이용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백수가 아닌가. 어느 날 아내가 가진 교통카드사용법을 배웠다. 내가 처음 시내버스를 탔을 때 카드를 체크기에 대면 ‘감사합니다’ ‘환승입니다’ 이런 안내 소리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내릴 때 꼭 환승 체크를 해야 하는데 그냥 내릴 때가 많았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가도 내릴 때 그냥 깜박하고 내려 버리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안내 방송도 인식하기 어려웠다.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도 많았다.

갓 난 아이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성장해 가며 처한 환경에 적응해가듯 요즘은 시내버스 타기에 어느 정도는 이골이 났으니 잘 적응해가고 있는 편이다.

이처럼 시내버스를 타다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몇 회에 걸쳐 시리즈로 올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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