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도민칼럼-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07 12: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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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는 미국의 소설가 코맨 맥카시의 소설이 원작으로 2007년 코엔형제가 만든 영화이다. 2008년 아카데미작품상을 받았고 우리나라에도 상영 되었다. 제목을 직역하는 바람에 노인 복지를 위한 영화인가? 했는데 포스터를 보면 ‘모든 행운에는 피의 댓가가 뒤따른다’ ‘흔적을 남기지 마라’ 등의 문구가 있어서 섬뜩하다. 영화에 대한 해석을 봐야 이해가 될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여러 가이드가 나오기도 했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하여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누구나 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맞는 말이다. 모두가 다 같지 않다는 것에는 정신의 문제도 있겠지만 물질에도 차이가 난다.

1950년 한국 전쟁 이후 태어난 이들은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들의 생활까지도 지원하지만 부양받기는 어려운 세대라고 한다. 1960년대 생들은 그나마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가입으로 노후가 조금은 보장되지만 그 이전 세대는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거나 가입 년수 부족이 많아 수명은 늘어난데 반해서 앞으로 먹고 살 일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집이라도 있으면 집담보 모기지론이라도 해서 살아가겠지만 국민연금을 못 넣은 사람이 집을 가질 확률도 적으니 노인빈곤이 갈수록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선거 때면 그래서 노인 복지를 위한 공약이 넘쳐난다. 그런데 현실로 돌아오면 씁쓸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주던 공공일자리를 모두 줄여 민간이 만드는 시장형 즉 민간형 일자리로 바꾼다고 한다. 공공일자리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30시간쯤 일하고 27만원을 주는 일인데 초등학교 등굣길 안전지킴이, 단순한 환경 미화, 낯선 기계나 낯선 상황을 안내하는 키오스크 도우미 같은 일을 말한다. 그런데 이분들이 이일을 단순히 용돈 벌고 시간 보내느라 나오시는 것이 아니고 열 분 중에 일곱 분 이상이 생계를 위해서 나오신다고 한다. 그런 일자리가 민간형으로 바뀐다는데 노인을 고용하는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간접 방식이 되면 민간 시장은 이익이 우선이다. 당연히 그 중에서도 더 젊고 더 용모가 단정한 분들을 뽑을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이제 75세 이상인 노인들도 경쟁사회에 뛰어들어 여기저기 이력서 넣고 떨어지는 일이 빈번할 것이다.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 진다는 생각은 나만의 기우일까? 자살률도 세계 최고지만 노인자살률도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에서 1위라고 한다. 노인들은 이제 소용이 없으니 모두 용도 폐기하려는지 골방에서 TV만 보다가 생을 마감하라고 종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최소 하루 두 끼 이상은 먹고 시원하고 따뜻한 곳에서 자야하는데 저희들 살기도 빠듯한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 없는 노인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나마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느낌으로 소일거리라도 거들며 살았는데 이마저도 내년에는 어렵다고 한다.

복지라는 말이 나오면 국가부채라는 말도 따라 나온다. 국가부채가 1000조라고 또 IMF를 맞는다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이들을 본다. 우리가 가진 자산은 넣지 않고 빚만 가지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보다 빚이 더 많은 미국이나 일본은 지금 국가 부도가 나야하는데 어떤가? 경제를 모르니 그런 말을 한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면 경제를 아는 이들은 노인 직접 일자리 예산이 고작 1000억이라는데 그걸 아껴서 어디다 쓰겠다는 것인지? 역사의식 없이 개방한 청와대 시설처리 비용에 쓰려는지? 겨우 없애서 국가적인 자존심을 회복한 총독부 건물을 다시 세우는데 쓰려는지? 론스타에 줄 배상금이 2900억 원이 넘는다는데 그것을 줘야 해서 그러는지? 그때 당시 제2의 이완용 소리를 듣는 경제 각료들이 버젓이 지금도 있는 정부다보니 론스타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나 우리나라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것 아닌가 싶고 론스타가 당시 먹튀(먹고 튄)한 5조만 있어도 노인일자리 예산50년은 가겠다는 생각이 드니 곳간은 엄한 데에서 새는데 서민들만 쥐고 흔드는 것을 보자니 기가 막힌다. 정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가? 나만 잘 살면 되는가? 영화 대사를 바꿔 말한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하여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누구나 다 함께 나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결국 누구나 다 늙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생활고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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