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칼럼-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05 16: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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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인도의 한 어머니가 어린이와 함께 간디를 찾아갔다.“선생님 저희 아이에게 설탕을 좀 적게 먹으라고 타일러 주세요. 저희 아이가 선생님을 매우 존경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그대로 따를 것 같습니다.” 간디는 잠시 생각하더니 3주 후에 다시 오면 그때 말해 주겠노라고 답을 하고는 두 모자를 그냥 돌려보냈다. 어머니는 좀 의아했지만 3주 후에 다시 간디를 찾아가 같은 부탁을 했다. 그때서야 간디는“애야, 설탕을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단다. 설탕을 좀 줄이렴.”하고 말했다.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아이 어머니에게는 이렇게 말했다.“사실은 저도 설탕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3주 정도 시간을 들여 줄일 수 있는가를 시험 삼아 해 보았는데, 설탕을 줄일 수 있어서 오늘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행동과 실천이 어렵지, 옳은 말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훈수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훈수는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댓글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문을 쓰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본문을 읽고 자기 생각이나 비판을 몇 자 적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책을 연구하고 수립하여 바르게 실행하는 게 어려운 일이지, 그 결과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비판과 비평을 앞세우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며, 실천과 행동을 앞세우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문제로 보면 문제가 아닌 게 없는 우리의 삶이다. 하루하루 문제없는 날이 없는 게 인생이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문제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삶이 쉽지 않다고 한다. 쉽지 않는 삶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만드는 건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성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 인생 전반전의 실수를 거울삼아 후반전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인생 전반전이야 처음 살아 보는 경험이라, 마음대로 하는 것도 어려웠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인생 후반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 반평생이라는 경험의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전반전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뭔지,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정말 열정을 가지고 몰입했던 때가 얼마나 되었는지, 지식기반의 사회를 살아가며 학교 학습이 끝난 다음에도 어떤 평생 학습을 하면서 지식과 지혜를 쌓았는지, 욕심과 품위의 갈등 속에서 어떤 교양을 유지하며 살아왔는지 성찰해 보는 시간이 하프타임에 필요하다. 인생 후반 목표에 대한 의지는 언제까지 필요한지,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어떤 것들인지, 삶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에는 어떤 게 더 유효한지를 사려(思慮)해 보는 하프타임이 필요하다. 시들지 않는 삶의 생기를 위한 변화의 바람은 어떻게 계속 불게 할 수 있는지, 육체의 노화와 함께 꺾일 수도 있는 생각과 사고의 폭을 어떻게 생생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삶의 모습을 그려 보아야 한다. 한 개를 선택하는 건 아흔 아홉 개를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잘 안 된다.

‘논어’〈위정편〉 13장에 보면‘군자’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공문십철(孔門十哲), 사과(四科) 중 언어 쪽에 재주가 있다고 평가받는 제자였다. 열국을 뛰어다니며 노나라의 안위를 위해 훌륭한 외교술을 펼쳤으며 공자 사후 제나라에서 재상을 역임했다. 그런데 공자가 보기에는 자공은 말이 행동을 앞섰다. 자공이 군자에 관해 묻자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자공문군자 자왈 선행기언 이후종지) 즉 자기 스스로가 먼저 실천해 본 다음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말을 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라고 하였다.

앞에서 언급했던 간디의 일화, 공자의 가르침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전과기록이 벌겋게 아니 쌔까맣게 물들어 있는 철면피들이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는 것을 보면 이사회 이 나라가 썩어도 너무 진한 냄새가 나게 썩어 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치권은 더욱 더 썩는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전례 없는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한다. 썩어 문들어진 탁한 영혼들을 좀 씻어 가 버렸으면 한다. 내로남불, 羊頭狗肉(양두구육), 表裏不同(표리부동)한 놈들을 선별해 주었으면 한다. 신이여 능력을 좀 발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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