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모든 고통은 말에서 나온다
칼럼-모든 고통은 말에서 나온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06 16: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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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모든 고통은 말에서 나온다

현실이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울수록 지혜와 자비의 정신을 발휘하며 살아가자. 사회가 혼란스러운 것은, 일부지도자들이 눈에 보이는 얼굴에는 바를 정(正)자를 써 붙이고, 마음속에는 더러울 오(汚)로 가득 채우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또 자신의 지위를 함부로 남용하는 천박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 중에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국가발전과 서민경재 활성화에 쓰지 않고, 개인 이득을 위해 활용해버린 경우도 허다하여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어진 것이다.

그들은 자기가 대단한줄 알며, 내말 한마디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착각한다.

구시상인부(口是傷人斧)라, 사람의입은 남에게 상처를 내는 도끼와 같은 것이다. 모든 고통은 말에서 나온다. 일부지도자들은 입이라는 도끼로 상대를 사정없이, 마구 쪼아대며, 입을 함부로 놀려대고 있다. 입이 가벼운 것은 병중에 가장 큰 병이다. 높은 지위나 권력이 셀수록 말을 절약하고, 가급적 입을 다물어야한다. 말은 골라서 부드럽게 하고, 말수를 줄여가 보자.

어떤 협상을 할 때도 나의 입은 닫고, 나의 귀를 활짝 열어서, 상대의 말에 진지하게 귀기우려주고, 따뜻한 공감을 나누어야한다. 대화란 말을 ‘주고받는’ 과정이자, ‘말하기’와 ‘듣기’의 과정이다. ‘내가 말을 잘하는 것보다,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어떤 협상을 할 때 보면, 서로가 상대방을 설득하려고만 든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내 귀를 활짝 열어주는 것이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는 만큼, 상대에게도 나를 이해시킬 수 있다. 무슨 문제를 의논하면서, 서로 나만 옳다 주장하며, ‘입’만 열고 ‘귀’를 닫는다면, 대화는 모두 소음공해에 불과하여, 문제해결이나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화 시에는 상대의 퇴로도 열어주어야 한다. 쥐도 도망갈 구멍이 없으면 획 돌아서면서 사람을 물어버린다. 잡혀죽는 것보다는 물어뜯고 죽어야한다. 생존을 위한 본능은 무서운 괴력을 발휘기 때문에 그때 쥐의 이빨에는 평소의 수 십 배의 독성이 나와서 물리는 날이면 죽는다.

대화를 할 때는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말자. 상대에게 변명의 퇴로도 제공해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서로가 설득을 위한 대화라면 결국‘창’과 ‘방패’의 싸움이 될 뿐이다.

그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는 ‘창’과, 그 어떤 창도 다 막을 수 있다는 ‘방패’와의 싸움이면, 협상은 중단되고, 대화는 끊기게 된다.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말자. 사안에 따라 져주는 양보의 미덕이 있어야 타협이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자기변명에는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있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을 않고, 그때는‘불가피했다’며, 자기용서(自己容恕)를 구하려든다.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행위로서 자기발전을 저해한다. 한때 정의의 투사라던 사람들도 막상 높은 지위나 권력의 자리에 앉고 나서는 비리와 직권 남용에 휘말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비리를 불가피한 입장’이었다 변명하며, 자기기만’을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중생들은 성공한 사람에게는 접착제처럼 달라붙지만, 실패한 사람에게선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인심은 조석 변이며,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어떤 사람에게도 푹 빠지지 말라. 푹 빠지고 나면 언젠가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공허함이 찾아올 것이다. 중도를 지향하자.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병들어 가는 사회를 치유하는 길은 오직 마음공부로 방벽을 치는 수밖에 없다.

마음 수행을 충실히 하여 자기 그릇에 맞게 살아가자. 이제는 ‘남아일언 중천금’아닌, ‘인간일언 중천금’이 되어야한다. 마음 다스림은 주사나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고, 불로초도 소용없다. 세계는 모두 ‘나’와 연결되어 있기에 나를 고쳐버리면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하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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