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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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12 15:2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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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탓

직장 다닐 때는 주어진 일만 하고 주는 월급만 받았다. 주어진 일과 고정된 월급을 받으면서도 불평불만이 많았다. 가능하면 일을 적게 하고 쉬는 시간은 늘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일이 조금만 많아져도 상사를 욕하고 동료들과 얼굴을 붉히곤 했다. 가끔 업무성과가 좋으면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했고 업무 성과가 떨어지면 동료들과 상사의 협조나 지원이 덜해서라고 생각했다.

원망과 핑계가 사람의 본성에 가까울 수는 있어도 삶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누구를 원망하고 어떤 것에 핑계를 대는 건 쉬운 방법이다. 그런 쉬운 방법으로 인생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내가 누군가의 팀원이 되든, 내가 누군가의 팀장이 되든, 내가 누군가의 사장이 되든 마찬가지이다. 사기업에서 근무하든, 공조직에서 근무하든, 임원으로 근무하든, 말단 사원으로 근무하든 마찬가지이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만드는 것이다.

오늘 핑계와 원망을 기준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내일의 나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늘 핑계와 원망을 기준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면, 내일의 발전된 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핑계와 원망을 입에 달고 산다면 그 인생은 참으로 불행으로 치닫고 있는 인생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에게서 탓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공자보다 약 70여 년 전에 태어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소크라테스가‘철학의 아버지’라고 했던 탈레스는'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타인에게 충고하는 일이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를 아는 일이고, 올바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타인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현실주의자 공자께서도 말했다.‘논어’〈위령공편〉20장에서 ‘子曰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자왈군자구제기 소인구제인):군자는 잘못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으려 노력하지만, 소인은 타인에게서 찾으려 한다.’고 했다.

리더는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으려 하지만 보통 사람은 원인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 타인을 책망하거나 원망할수록 발전은 멀어져 가게 된다. 스스로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점점 뒤처지게 된다.

부부의 자리에 서면 배우자를 탓하고, 부모의 자리에 서면 자식을 탓한다. 자식의 자리에 서면 나는 왜 금수저의 자식이 못되고 흙수저의 자식으로 태어났는가? 하고 부모를 탓하고, 형제의 자리에 서면 형제자매를 탓한다. 팀장의 위치에 서면 팀원을 탓하고, 팀원의 자리에 서면 팀장을 탓한다. 사장은 직원을 탓하고 직원은 사장을 탓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보행자를 탓하고, 걸어갈 때는 운전자를 탓한다. 선생의 위치에 서면 학생을 탓하고, 학생의 위치에 서면 선생을 탓한다. 고객의 입장에 서면 점원을 탓하고, 점원의 입장에 서면 고객을 탓한다. 어른은 아이를 탓하고 아이는 어른을 탓한다. 보통 사람의 본능이 아닌가 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다면 누구 때문일까?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또한 누구 때문일까?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내가 아니라면 앞으로 만들어질 나도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마음에 든다면 굳이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답해야 한다. 과연 그 원인이 나였는지 아니면 타이나 외부 조건에 있었는지 말이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다면 타인에게서 원인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부모든, 형제든, 상사든, 친구든 마찬가지이다. 누구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면 내가 약해졌다는 의미이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주는 대로 받기만 한다면, 주지 않으면 굶어야 한다.

칭기즈칸은 ‘군대를 통솔하려면 병사들과 똑같이 갈증을 느끼고 똑같이 허기를 느끼고 똑같이 피로해야 한다.’고 했으며, 법정스님은 ‘죽음은 삶 속에 숨어 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것이다.’라고 일러주었으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는 불평을 하느냐? 감사를 하느냐? 에 달려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집요함이 있다. 어떤 목적을 놓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능력이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더 발달되어 있다. 실패하는 친구들의 특징은 너무 쉽게 무너진다는 점이다.’라고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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