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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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07 12:1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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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조문


백 년 만에 동그랗게 둥근 달이 추석날 떠올랐다고 한다. 100세를 넘기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둥근달을 처음 보는 것이다. 앞으로 최소 2060년은 지나야 다시 둥근달이 뜬다는데 38년 후 과연 살아있을까, 생각하니 참 귀한 순간이었다. 그 생각에 탄성을 지르며 보느라 정작 소원은 빌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는 코로나로 눈치 볼 필요 없이 가족이 모였다. 다들 즐거운 소리, 때로는 갈등을 조율하는 소리도 들리고 그 사이에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일상은 빈틈없이 흐르고 있다. 가까이에는 우리 지리산문화예술학교 교무과장인 김태종 선생님의 어머니 박찬례 여사의 부음이 있었고 서울 친구는 손녀를 봤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멀리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난 9일(현지 8일) 서거했다고 뉴스가 온통 도배되었다. 유럽은 온통 난리가 났다고 한다. 한 시대를 표상하는 인물이니 당연하다. 한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마찬가지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지만 그 한 시대를 대하는 느낌은 다르다. 최소 1960년생 이후 세대는 제국주의가 낯설다. 왕, 여왕이라는 전제국가의 언어들도 낯설다.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패권주의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다른 국가나 민족을 지배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배라는 개념은 타민족이나 국가를 하위로 보는 행위이다. 각각의 문화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데 자신들이 우수하다고 믿기에 주로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국가를 개도 개선하기 위하여 침탈을 정당화 한다. 영국,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그리 자행해왔다.

우리는 어떤 처지인가? 당한 처지이다. 일제강점기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전 국민, 국토가 황폐화될 만큼 숱한 수탈을 겪어왔다. 70여년이 지나도 그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아직도 우리는 주변강대국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모든 뉴스가 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엘리자베스여왕을 추모하는데 열성이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여왕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득달같이 추모식에 간다고 ‘일본처럼 논의 중이다’ 도 아니고 하루 지나자마자 속보라고 알려온다.

아무리 적이어도 조문 가는 것은 마땅하다. 더구나 영국이니 국가적인 차원에서 가는 것도 맞다. 조문외교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 한쪽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고 신냉전시대의 서막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때이다. 우리같이 중간에 끼인 나라는 모든 것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내각 각료들과도 의논하고 여론도 살펴야 하고 그런 이후에 지도자의 결정이 나왔으면 한다.

주식시장은 연일 불안한 모양이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시금치 한 단이 만원이 넘어서 이번 명절 잡채 해먹기가 겁이 난다고 야단인데 그런 뉴스는 별반 없다. 어떡하면 물가를 안정시킬지 대통령이 고심 중인 것 같지는 않고 민간인을 만나는 행보만 보이는데 경호원 잔뜩 대동하고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민폐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매일 그렇게 밖으로 다니면 언제 세계정세를 파악하고 경제 상황을 살피는지 아니면 책이라도 읽으시는지 걱정이 든다. 세계적인 석학을 만나 이야기를 좀 나누신 다든가 경제관련 논의에서 밤을 지새우신 다든가 하면 국민들이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할 텐데 하는 말이다.

이번 태풍 때 보니 대통령이 입은 민방위복 색깔이 바뀌었는데 지난 6월 23일 행안안전부에서 공고를 내어 바뀐 모양이다. 재난복은 위기 상황에서 눈에 띄게 하기 위한 것이 중요한데 그래야 국민들이 자기들을 도와줄 공무원이 어디 있는지 알고 찾을 텐데 방수, 방연이 안 되어 바꿨다고 한다. 그러면 그 기능을 추가하면 되지, 위기 상황에 언제 상황에 따른 복장을 구비해서 입고 나가려는지, 국가가 현재 어려우니 국민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서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 일들만 자꾸 나오는 모양새다.

국가 수장의 조문에 대한 심사숙고를 말하려다 여러 말들이 나왔다. 모든 것은 세금에서 이뤄지니 하는 말이다. 엘리자베스여왕의 죽음, 우리 교무과장 어머니의 죽음, 모든 죽음은 쓸쓸하지만 화려한 여왕의 왕관을 보며, 때로 그 왕관에 박힌 다이아몬드에 묻은 아프리카인들의 피도 생각했으면 하는 하루다. 여왕도 무거워서 힘들어했다던 그 왕관의 시대는 이제 부디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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