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혼과 보험
기고-이혼과 보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14 17:0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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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현/K&S 종합손해사정 이사
김석현/K&S 종합손해사정 이사-이혼과 보험

“저 한번 다녀왔어요” 이혼이 금기시 되거나 부끄러운 과거가 되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이고, 이제는 이혼을 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한다.

실제로 우리 일상에서도 이른바 ‘돌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TV에서도 돌싱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방영될 정도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정말 시대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이혼을 할 경우 여러 가지 정리해야 할 사항들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보험 문제로 난감한 상황을 경험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합의 이혼으로 헤어진 경우가 아닌 가정폭력이나 외도 등의 사유로 헤어져서 일방이 타방을 만나거나 연락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우에는 일처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사례를 통해 알아보면, 계약자(보험료를 내는 사람)는 남편, 피보험자(보험사고의 대상자)는 아내, 수익자(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람)는 남편으로 하여 종신보험을 계약한 부부가 있다. 그런데 남편의 폭력행위로 인해 가정이 망가지고 아내는 겨우 자녀들의 양육권을 얻어 이혼을 한 경우, 아내는 당연히 수익자를 변경하길 원한다.

보험료를 내가 내지 않더라도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인 아픔을 주고 이혼까지 하게 한 전 배우자가 나의 사망으로 인해 수천, 수억의 보험금을 받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피보험자들이 본인의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자녀로 변경하고 싶어하지만 남편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 남편과의 연락 자체를 꺼려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게 된다. 계약 자체를 해지를 하려고 해도 계약자가 남편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지를 할 수도 없다.

다행스럽게 이런 경우에도 ‘피보험자’인 아내가 남편을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고도 보험을 해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약관에 명시되어 있는 ‘서면동의철회권’의 행사이다.

서면동의철회권이란,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계약에서 서면으로 동의를 한 피보험자는 계약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에는 언제든지 서면동의를 장래를 향하여 철회할 수 있으며, 서면동의 철회로 계약이 해지되어 회사가 지급하여야 할 해지환급금이 있는 때에는 해지환급금을 계약자에게 지급한다’는 조항이다.

쉽게 말해서 계약 당시에는 내가 이 계약에 동의했지만 이혼이나 기타 인정될만한 사유로 인하여 상황이 바뀌면 동의한 것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이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아내가 서면동의철회권을 행사하면 보험계약은 해지 되고 해지환급금이 남편에게 지급되면서 계약이 소멸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면동의철회권은 내가 언제 보험에 가입했느냐에 따라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개정약관에 추가된 내용이므로 가입한 날짜에 따라 행사 가능여부가 달라진다.

또한 사망보험금만 있는 계약이 아니라 그 보험 안에 내가 생존했을 때 보장받을 수 있는 보장보험금이 있고 내 앞으로 수익자 지정이 된 경우에는 해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보험료 납입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더더욱 해지를 결정하기가 망설여진다.

이렇게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가 가족 단위로 들어가는 보험은 그 내용과 특약별 수익자, 납입기간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고 또한 이혼 후 서로 연락하기 꺼리는 상황까지 겹쳐버리면 아예 손을 대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이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혼 절차를 완료하기 전에 전문가와 함께 보험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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