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데이 케어센터
아침을 열며-데이 케어센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25 16: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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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데이 케어센터

첫차가 철늦은 늦가을 빗속을 달려간다.

통학생과 직장인으로 만원이지만 버스안은 정적만 감돈다. 팬데믹마스크 때문이기도 하지만, 밤문화에 빠진 현대인들이기에 잠을 설쳤으리라, 그래서 비마저 내리는 창밖 풍경이 스산해서 일부러 잠을 청하는지도 모르겠다. 뒷자리 구석에서 필자도 열심히 창밖을 보지만 희뿌연 물안개속에서 덩치 큰 건물들만 보인다. 노안때문인가 보다, 그때 덜커덩 끽하며 급정거 하는 버스 무슨 일인가 놀라 눈을 뜬 승객들이 버스앞을 새치기한 노란색 소형승합차를 보았다.

위험한 짓인줄 그차 기사가 모를리 없다. 일분일초가 경쟁인 시대, 000노인맞춤돌봄센터 차량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요양병원에 이어, 주간노인돌봄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나서 한사람이라도 더 챙기려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된 것이다. 자치단체의 보조금과 머릿수가 비례 하니까, 효도와 공경의 복지사업이 취지대로 굴러갈지 악덕사술의 혈세 누수만 될지는 업주의 인성에 달렸으리라 줄기차던 빗줄기가 버스가 종점에 닫자 가늘어 졌다.

하차 후 한참 기다려 택시를 타고 보훈병원에 갔다. 병동앞 단풍나무 잎들이 마구 떨어져 발길에 무참히 밟혔다. 햇살 받아 나풀나풀 떨어져 연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빗속에 떨어져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낙엽인들 생명이 다해 가지에서 떨어지고 싶었을까? 1급환자의 우선권으로 내과두곳, 비뇨기과, 피부과, 안과, 신경외과, 채혈실, 영상의학과 등 3개월마다 반복되는 진료를 마치고 약을 타서 다시 택시와 시외버스 택시를 번갈아 탄후 귀가 하니 하루해가 저물어 버렸다. 쓰러지듯 온수에 몸을 담가 피로를 풀고나니 아침저녁노인돌봄차량이 생각났다.

그곳에 자원해서 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님 가족에세 떠밀려서 가는걸까? 여러 가지의 유익한 프로그램이 집에서 무료하게 보내던 노인들을 즐겁게 하는 상업취지일 것은 분명하지만 늙으면 추해진다. 치매에다 악성병마에 걸리면 가족인들 부담스럽다. 그래서 가끔 천인공노할 짓거리들이 보도된다. 소년이 청년이 되고 가장이 되어 가족을 부양했는데, 순식간에 늙어서 추물이 돼버리는 우리네 인생이 참 서글프다. 부모를 업신 여기는 젊은 놀들, 너희는 늙지 않을까 온갖 열매들이 탐스럽게 익어 수확을 거의 끝낸 벌판에 철새들이 낟알을 주워 먹으려 날아든다. 자연의 순환은 가고 오고 변화가 얹는데, 오늘 돌봄센터에 나간 저노인네 내일도 갈수 있을까? 누구나 금새 죽으리라던 사람이 수 년을 더 살고 있음을 기적이다.

의사가 선고내린 식물인간, 장례준비 하라기에 앰블런스에 실려 낙향, 관까지 준비했었다는 인생도 있었다. 잚었을 때 이성에게 기웃대고, 대인관계에서 잘난체 아는체 있는체 하면서 교만했던 일들을 후회하지만 그도 이젠 백발의 석양나그네, 귀찮은 짐짝으로 데이케어센터에 실려가는 것은 겨우 면하고 있다. 치매, 난치노인성질병으로 가정살림 나라살림 갉아먹는 송충이는 되지 말자! 노인전성시대의 노인들 꿈은 잘 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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