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4)
도민칼럼-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25 16: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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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4)

버스를 탈 때마다 회사 소속이며 월급만 받으면 되는 운전기사들이라서, 승객들에게 주인의식 없는 불친절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다. 시내버스 기사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이른 새벽에 버스에 올라타면 아파트경비원 일을 한다든지 별 볼 일 없는 늙은이 취급하는 모양새였다. 이른 새벽 처음 대하는 사람이라 수고하십니다. 라거나 안녕하십니까 하면서 반가움을 표시하고 인사를 해도 대답은커녕, 눈길 한번 주지를 않는다. 이처럼 새벽 시간에 버스를 타면
고자세 적인 모습에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없었다.

그때 우리 동네에 버스 정거장은 도동초등학교 앞과 건너편에 선학산 올라가는 쪽에 있었다. 겨울이라 어두운 새벽에 출근하기 위해 서 있으면 낮 시간대에는 자주 있던 노선버스들이 아침 6시 20분에서 50분 사이에는 이랬다저랬다 종잡을 수가 없었다. 031번과 030번은 내가 일했던 아파트 공사현장 앞에 명신고등학교 아래에서 진양호가 있는 곳까지 운행되는 황금노선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초전동 종점 쪽을 운행하는 버스가 홈플러스 쪽에서 달려올 때 손을 들고 탑승 표시를 했지만 30번은 그냥 지나가 버린다. 황당해하는 중에 뒤따라 오는 31번 버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마저 못 타면 출근 시간이 늦을세라, 이번에는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와 손을 들고 탑승 표시했지만, 안타깝게도 버스는 그냥 유유히 지나 가버렸었다.

그때 내하고는 이런 좋지 않은 인상(印象)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던 31번과 30번 버스가 언젠가 부터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아예 보이지를 않았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지만, 막상 두 노선 번호의 시내버스가 없어져 버리고 나니,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가려면 몇 분씩 기다려야 하며 10분, 15분도 넘게 기다릴 때도 있어 불편했다.

우리나라 속담에 개가 미우면 시장에 갈 때 생선을 사지 않고 매일 오징어나 주꾸미만 사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 다른 생선 종류는 머리 부분과 뼈 같은 개가 먹을거리가 많지만, 연체류는 개에게는 먹을거리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시 당국이나 버스회사 횡포가 맘에 거스르니 버스를 타지 않고 내 차를 이용하면 이런 꼴도 저런 꼴도 보지 않으니 맘 편하지 않으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이다. 그렇지만 눈이 나빠 운전대를 손에서 논지가 10년도 넘었다고 밝혔었다.

이런 불편함 때문인지 몇 년 전에 내가 아파트건설현장에 경비직으로 아르바이트하던 때 두 번호의 고자세 적이었던 노선버스 운전기사가 요즘도 버스에 탈 때면 뇌리에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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